중산층의 몰락을 부르는 3가지 주범

[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

지금 20대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자.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 살 자신이 있느냐고. 파릇파릇한 젊음을 간직한 이들은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갖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중산층에 속해 있다면 대다수는 기껏해야 딱 부모 세대만큼 사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 부의 기존으로는 오히려 부모 세대보다 못할 공산이 크다.

선진국과 선두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중산층의 몰락과 이로 인한 빈부격차의 확대가 시대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꿈이 이뤄진다는 ‘아메리칸 드림‘도 이러한 시대적 추세 속에 빛이 바래고 있다.

◆평균 소득 20년간 제자리.. 수퍼리치 소득은 38% 증가

CNN머니는 16일(현지시간) ‘중산층은 어떻게 하류층으로 전락하는가’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은 당신 부모보다 더 잘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당신은 중산층이 아닐 것이다.”

미국인 90%의 소득은 수십년간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은 최소 30여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소득은 지난 수십년간 계속 줄어왔다. 반면 상류층의 소득은 빛의 속도로 늘어났다.

미 국세청(IRS)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1988년에 3만3400달러였다. 20년이 지난 2008년 평균 소득은 3만3000달러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반면 상위 1% 수퍼리치들의 소득은 지난 20여년간 33% 급증하며 38만달러에 달했다.

상류층 소득은 빠르게 느는데 중산층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부의 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왜일까. 대개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모든 근로자들이 중국 수준의 임금을 강요당한다

첫째, 세계화이다. 세계화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는 수백만명이 절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선진국의 중산층은 오히려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임금이 저렴한 곳으로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과거 중산층이었던 선진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뺏기거나 수십년째 오르지 않는 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빌 로저스 럿거스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미국인의 임금이 베이징 수준에 맞춰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근로자들이 가장 임금이 낮은 국가의 근로자들과 임금 수준을 비교당하고 있다.

비용 문제로 제조업이 미국을 떠나면서 미국 근로자들이 찾는 일자리도 큰 변화를 겪었다. 50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직할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많았으나 지금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갖추지 않으면 저급 서비스직밖에 일할 곳이 없다.

세계화는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해외 근로자들의 진출도 촉진시켰다. 이 결과 비숙련 일자리를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이 차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근로자들은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일자리 얻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급 인력의 일자리는 확대되고 있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세계화로 인해 설 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상류층은 세계화로 인해 더 많은 이득을 누리고 이다. 기업들은 세계화 덕분에 해외로 나가 비용을 줄여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화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기업과 부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보상체계를 자문해주는 컨설턴트인 앨런 존슨은 “세계화로 금융 서비스나 기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에서 특이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활동 영역이 넓어지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대졸자와 고졸자의 급여 차이는 1980년대 이후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1980년에 고졸자의 급여는 대졸자의 71%였으나 지난해에는 55%로 떨어졌다. 고졸자의 급여는 대졸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노조 탈퇴가 당신의 임금을 갉아 먹는다

둘째는 노동운동의 감소다. 로저스 교수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집단 협상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노조원들은 보통 비노조원들보다 급여가 15~20% 더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노조원 수는 지난 30년간 급격히 줄었다. 1983년에 전체 근로자 중 노조원은 20% 수준이었으나 2010년에는 12%로 비중이 줄었다. 로저스는 “집단 협상력의 약화가 근로자들의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환경이 점점 더 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식시장 상승세는 전 국민에게 수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혜택은 부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주가가 오르면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은 기업 대주주들이다.

◆정부가 계급투쟁의 상황을 부추긴다

제도나 규제도 빈곤층에 대해서는 분배 방식의 복지 지원이 주를 이루는 반면 부자들에 대해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대통령 때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규제가 완화됐고 클린턴 대통령 때는 투자은행과 시중은행간 업무의 벽이 허물어졌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부자들, 기업 대주주들에게 더 쉽게 돈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 2000년에는 상품 선물 현대화법이 시행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졌고 이 결과 금융 혁신이 이뤄졌다. 이 역시 경제 전반적으로 수혜가 됐지만 금융산업 종사자들, 특히 전통적인 금융 부자들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갔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정부의 제도와 규제 자체가 저소득층에는 먹을 것과 돈을 ‘적선’해주고 부자들에게는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정부의 정책 자체가 빈부격차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보상체계 컨설턴트인 존슨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일종의 계급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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