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日 기린맥주 1g 다이어트 깡통 무게 혁신, 15→14g

기린맥주는 20여년 동안 아사히맥주와 정상 경쟁을 벌여온 일본의 대형 맥주회사다. 이 회사가 최근 작은 기술 혁신에 성공했다. 350mL 맥주 깡통 무게를 15g에서 14g으로 줄인 것이다. 단 1g의 다이어트다.

기린맥주의 깡통 감량은 1973년 알루미늄 캔을 도입한 이후 3번째다. 직전 감량은 1994년. 17년 만이다. 일본의 3개 깡통 제조회사와 함께 알루미늄판을 얇게 가공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바닥 부분의 지름을 2% 더 줄이는 방식으로 맥주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내압성(耐壓性)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과거 2차례 감량 때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기린은 왜 17년 만에 깡통을 혁신했을까. 급등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알루미늄 가격은 2년 동안 2배 올랐다.

일본은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보크사이트의 99%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23일 현재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된 알루미늄 가격(3개월 선물)은 t당 2528달러. 기린맥주는 1년 동안 깡통 50억개를 사용한다. 개당 감량은 1g이지만 전체를 다 모으면 연간 3억개, 무게로 4000t을 줄일 수 있다. 금액으로는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 뒤엔 곧장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뉴스를 듣는 것이 한국 현실이다. 환율·임금 등 경제 사정이 다르지만 일본 신문에선 그런 뉴스를 보기 어렵다. 기업이 성실하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만성적 공급 초과(수요 부족)’라는 일본 경제의 특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일본 경제의 수요 부족은 연간 20조엔(작년 10~12월 기준). 부동산·주식 거품 붕괴, 고령화, 인구 감소로 국가의 소비력이 생산력을 못 따라간다.

이런 상황이니 기업은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한다. 기린에게 왕좌를 빼앗은 아사히맥주가 2009년 재역전 당한 것도 기린의 저가 공세에 밀린 탓이었다. 그러니 혁신할 수밖에 없다. 잔인한 시장이 기업을 성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이런 뉴스도 있었다. 일본 편의점 훼미리마트는 도시락이나 육류 포장에 사용하는 랩(wrap)의 두께를 11마이크로미터에서 9마이크로미터로 2마이크로미터 줄였다. 마이크로미터(micrometer)는 100만분의 1m. 미시(微視) 세계의 혁신을 통해 훼미리마트가 절약하는 랩은 연간 85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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