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심리분석] 듣고도 딴소리 하는 직원들… 칵테일 파티에 온 듯 대화하라

선택적 기억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기억 창고에 우선 저장
걱정 많거나 관심 없으면 정보자체가 입력 안되기도
상대방의 귀를 쫑긋하게
핵심 키워드 먼저 말해서 주의 집중하게 만들고
회의 끝난 뒤 그 자리서 논의 사항 확인해야

회의를 시작하면 모두 일제히 노트를 펴고 열심히 필기를 하며 끄덕인다. 그런데 나중에 회의가 끝난 뒤 노트에 적은 내용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했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대목, 결론이라고 기억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다. 대화에 대한 해석이 다를 뿐 아니라, 아예 대화 내용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편에서는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할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내 기억에는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면 당황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조기 치매라도 걸린 것일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편리한 것을 위주로 기억한다. 자기에게 유리하고 좋은 지표를 먼저 기억한다. 이걸 ‘선택적 기억’이라고 한다. 이는 의식에 강하게 각인된 기억만 남기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은 보거나 들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현상을 지칭한다.

선택적 기억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억 시스템에 내재한 결함이다. 우선 기억의 입력 과정에서 에러가 생긴다. 회의를 하면 청각 자극이 발생하고, 이것이 귀를 통해 뇌신경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큰 걱정이 있거나 이야기 내용에 관심이 없어서 주의력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아예 정보의 입력 자체가 안 된다. 입력 자체가 안 돼 있으니 기억을 할 리가 없다. 사장은 내년 경기가 불투명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글로벌 경제 변화에 주목하자고 열변을 토하는데, 자기 근무조건이나 보너스 액수에만 관심이 있는 직원은 사장 이야기를 흘려버리고 기억을 하지 못한다. 얄밉기 짝이 없지만 당사자는 태연하고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그다음 저장과 인출 과정. 귀로 들어온 정보는 해마라는 부위에서 가공을 해서 대뇌에 저장된다. 대뇌는 물류창고와 같아서 주문이 들어오면 식별코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인출한다. 찾기 쉽게 올려놓은 정보는 빨리 회상하지만, 저 깊숙한 곳에 박혀있던 정보는 아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도 에러가 발생한다. 기억이 저장되고 인출되는 과정에는 자기 감정상태, 이해관계, 과거 경험 등이 반영되어 왜곡되거나 과장된다. 조직의 사기가 왜 중요한가 하면, 사기가 충만할 때는 낙관적 정보가 훨씬 더 실현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찾기 쉬운 곳에 잘 저장된다. 그러나 사기가 떨어지고 부정적 감정 상태에 처하면, 부정적인 위험성만 더 잘 기억되고 그런 것만 잘 생각난다. 물론 너무 낙관적인 정보만 잘 기억하는 사람도 위험하긴 하다. 주목하지 않았던 경쟁 업체가 갑자기 치고 올라와서 위기에 처한 어느 임원은 ‘조심해야지, 어째 좀 느낌이 이상하다’는 위험징후가 사전에 있었는데, 그걸 잘 기억하지 못하고 좋은 지표만 기억했다고 후회했다.

이처럼 기업현장에서 늘 관찰되는 기억장치의 결함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다른 사람들과 최대한 같은 것을 기억하려면, ‘칵테일파티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칵테일파티처럼 어수선한 장소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이 듣고자 하는 말소리만 가려서 듣는다. 그런데 아무런 소음이 없는 회의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어째서 이리도 집중하기 어려울까? 인간에게는 선택적 주의집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동시에 발생하는 많은 청각 자극의 와중에서도 나머지 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차단해버리고 용케도 듣고 싶은 이야기만 잘 듣는다. 이때의 대화법은 평소와 다르다.

일러스트=정인선 기자 1008is@chosun.com

칵테일 효과를 이용하려면, 미괄식보다는 두괄식으로 말하는 편이 낫다. 결론을 먼저 말하는 것이다. 핵심 키워드를 툭 던진 뒤, 상대의 눈은 번쩍, 귀는 쫑긋, 온몸의 신경이 ‘아하~’ 해지면 그제야 자세한 설명을 한다. 단문으로 질문을 던지고 잠시 상대의 주의가 집중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 청각 자극에 대한 선택적 주의집중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논의사항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는 마무리도 중요하다. 어차피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말로만 끝나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중에 회의록을 회람하는 것도 좋지 않다. 뒤늦게 고치거나 이의를 제기하려면 또 만나야 하고 두 배 세 배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리더일수록 인간의 기억 자체가 원래 불완전하고 에러가 많이 발생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기 기억만 옳다고 강조하면 자칫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자기는 상대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우종민·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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