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일은 신참 아닌 핵심 인재에게 맡겨라

‘베어링포인트’의 사내 준법교육 – 시트콤 같은 교육 비디오 제작… 사내·외로 폭발적인 반응 얻어
교육 담당자가 인기 직책으로

딜레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나 사장.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려면 모든 제품의 사진을 하나하나 찍어서 적절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걱정이다. 워낙 지루하고 단순한 업무인 데다가 물건의 종류도 너무 많아서 이 업무를 맡기기만 하면 직원들이 몇 달 되지 않아 다른 부서로 옮겨 달라고 떼를 쓴다. 어쩔 수 없이 신입사원들이 돌아가며 하고 있지만, 그들마저도 이 지루한 업무를 너무 하기 싫어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지루한 일, 누구에게 맡기면 좋을까?

해법

어떤 일이든 불평 불만 없이 즐겁게 해내 주는 직원만 있으면 좋으련만, 누구나 지루한 일은 딱 질색이기 마련이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반복적이거나 속도가 느린 작업은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이런 일은 대부분 나 사장의 회사처럼 신참 직원들이 도맡아서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지루한 업무일수록 최고의 인재에게 맡겨보라고 조언한다.

이런 방법을 채택해 성공한 사례는 구글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 이용자가 구글에서 어떤 단어를 검색하면 그 단어와 관련된 텍스트 자료와 함께 이미지(사진)도 수십 개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려면 수없이 많은 이미지마다 어울리는 이름을 누군가 붙여 놓아야 한다. 구글의 직원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구글에 입사할 정도의 엔지니어라면 누구라도 이 지루하고 단순한 업무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퇴사율이 높아 문제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업무를 하던 직원 하나가 이 지루한 업무를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의 이름을 추측하는 게임을 만들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했다. 네티즌들이 사진을 보고 연상되는 단어를 입력하는 게임이다. 같은 사진에 같은 단어를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게임 이름은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 네티즌들은 재미삼아 게임에 참여했고, 구글은 원하는 결과, 즉 각종 사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이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구글의 지루한 업무를 무료로 대신해 준 사람이 7만5000명이었고, 이들이 이름 붙여준 이미지는 15억장에 달했다.

최고의 인재일수록 지루한 업무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이 지루한 업무를 맡으면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루한 업무를 그들에게 맡기면서 “이 일을 재미있게 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게. 자네라면 할 수 있어. 내가 이 일을 자네에게 맡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네”라고 말해 보라.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IT·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어링포인트는 자사의 핵심 인력이었던 러스 버랜드를 준법 교육 담당자로 임명했다. 당시 이 회사의 준법 교육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비디오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직원들은 교육을 싫어했으며, 하는 수 없이 출석만 하고선 딴 일을 하곤 했다.

버랜드는 고민 끝에 TV 시트콤보다 재미있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재미있는 교육 비디오를 만들기로 했다. 컨설팅회사를 무대로 ‘또라이’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다루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내자 관심을 가진 직원들이 앞다투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한 덕분에 첫 촬영으로 10편의 비디오를 한꺼번에 제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이 비디오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첫 방송이 나가자 직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공감이 간다’는 댓글이 올라왔고, 다음 주 방송을 미리 보겠다고 사내 서버를 해킹하려는 직원들까지 있었다. 준법 교육을 받는 직원들의 태도가 좋아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디오가 인터넷에 공개돼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기업 이미지도 향상됐다. 그 뒤 사내 교육 담당자는 매우 인기 있는 직책이 됐다.

핵심 인재에게만 온갖 재미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맡기다 보면 조직에서 불화가 싹트기 쉽다. 특정 인재만 편애한다는 불평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핵심 인재들에게 일부러 지루한 일을 맡겨 보자. 그들은 지루한 일을 멋지게 해냄으로써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면서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숨겨진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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