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미지의 신시장엔 `한시적 전략` 이 제격

#사례1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몇 년을 공들여 주목할 만한 입지를 구축한 한 대형 제약회사 A. 대규모 자동화 시설로 저비용
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시설비가 수억 달러에 달한다. A사는 중국 경쟁자들에 비해 생산 기술이 뛰어나고 경험도 훨씬 풍부하다. 하지만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저렴한 설비와 기동성을 갖춘 중국 경쟁자들에 계속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 기업들은 A사처럼 대규모 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고도 기술이나 자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노동집약적이며
수명이 짧은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일괄 생산 규모를 가지거나 다양한 제품 유형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를 조절하기보다는 특정 제품을
일정 수량만큼 생산하는 고정 설비를 사용한다. 이러한 공장은 미래의 예측 수요가 아니라 현재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A사가 고전하는 이유다. 게다가 개도국 업체들의 공장 건설 비용은 미국이나 유럽 일반 공장의
20~30%에 불과하다.

#사례2

캐나다 금광업체 골드콥(Goldcorp)은 1990년대 후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과거 50년간 이 회사가 금을 채굴했던 광산도 폐광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골드콥은 지질학자에게 1000만달러를 주고
새 금맥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골드콥은 기존 금광보다 30배나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 금맥을 발견했다. 하지만 1년 이상
탐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이 매장된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골드콥은 지금까지 지질학자들이 탐사한 모든 정보와 50년 금광 채굴
기록까지 통째로 인터넷에 올리고 새 금맥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사람에게 57만5000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질학자 컨설턴트 수학자 군인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보를 내려받고 금맥 탐사 지점을 제안했다. 총 110개 새 탐사 지점이 제안됐는데, 이
가운데 80%에서 상당량의 금이 채굴됐다. 1990년대 후반 1억달러에 불과했던 골드콥 시가총액은 90억달러대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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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방식은 늘 바뀐다. 과거 방식의 고집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 실제로 정확히 미래
수요를 예측한 후 거기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생산 시설을 설치해 생산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규모의 경제`는 기업에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
리스크를 높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장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지 스토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고문은 “제약 산업을 대상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신제품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더니 예상 수요와 최종 수요의 차이가 마이너스 50%에서 플러스
200%에 이르렀다. 예측이 빗나가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면 대형 공장을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위험ㆍ고수익 산업으로 꼽히는 금광업계에서도 채굴 방식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금광업체에 채굴 관련 정보는 일급
비밀 정보였다. 그러다 보니 채굴은 항상 단독으로 이뤄졌다. 금광업체가 모든 위험을 혼자서 짊어지는 방식이었다.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채굴에
실패해 문을 닫는 금광업체가 부지기수였다.

골드콥은 과감하게 채굴 정보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채굴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박광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골드콥의 사례는 금광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클 때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오래전부터 기업이 관심을 가졌던
주제지만 최근 유럽 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소비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기 시작하면서
유행이 빠르기로 유명한 의류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베네통이 한때 의류업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은 `후처리 염색 기술`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처음부터 염색이 된 실로 옷을 만들 때 베네통은 모든 옷을 흰 실로 만들었다. 소비자의 선호나 재고 상황
변화에 따라 흰 실로 만든 옷을 거기에 맞춰 염색했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의류업계에서 군림할 수 있었다.

박광태 교수는 “생산
프로세스에서 제품의 차별화 단계를 최대한 나중으로 미룰수록 재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탱고 경영`을 쓴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도 “지금은 대량맞춤생산(masscustomization) 시대”라며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되 소비자와 파트너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것도 리스크가 매우 큰
일이다. 이정욱 언스트&영 파트너는 “신흥 시장에 진입하면 규정 준수 리스크, 재무적 리스크, 운영상 리스크 등 크게 네 가지 위험
요소를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양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만 TV업체 비지오(Vizio)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지오는 공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현지 업체와의 제휴와 아웃소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언제든 다른 생산기지로 구매처를
옮길 수 있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신흥 시장 진출에 따른 각종 리스크도 현지 업체가 담당한다.

매경
MBA팀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조지 스토크 수석고문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실물 옵션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들어봤다.

 
불확실성 시대, 유연한 `인스턴트式 공장` 이 답이다
 
“중국인들은 공장을 볼펜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망가지거나 잉크가 떨어지면 새로 사면 된다는 식이다.”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장 건립 허가를 받고 실제 준공하기까지 2~3년이 걸리지만, 중국에서는 6개월 정도면 공장 하나가
뚝딱 세워진다. 고도로 자동화된 시설이 아니라 기초적인 공법과 건설 기술만 가지고 세운 가건물 같은 공장들이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중국 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조지 스토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고문은 이 같은 `한시적 공장(disposable
factory)`에 주목했다. 기존 공장들은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살리면서 어떤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건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관념을 깼다. 빠르게 공장을 건립해 현재 시장 수요를 발 빠르게 소화한 다음, 시장 수요가 변하면 공장을 해체하고 다시
건립한다. 스토크 수석고문은 중국 기업의 급성장에는 이 같은 기동성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기업 홍하이도 한시적
공장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은 요즘에는 이 같은 가건물 형태의 공장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매경 MBA팀은 최근 한시적 공장, 한시적 전략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스토크 수석고문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당신은
`지금 실행해야 할 미래전략 5가지`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이니 규모의 경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잘못된 조치를 취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가 성공해 얻을 수 있는 효익보다 큰 경우가 많다. 시장이 이미 투자된 생산능력보다 더
커지면 매출이 시장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다. 시장이 이미 투자된 생산능력보다 작으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한 비용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게 된다.
변동성이 클수록 규모의 경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대로 유연성이 가지는 중요성은 커진다.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가지면서 언제든 가건물처럼 철거할 수 있는 공장을 한시적 공장이라고 부른다.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시적 공장의 가동을 멈추면 된다. 큰 시설투자를 하지 않은 공장이기 때문에 가동률을 낮춰도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시장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시적 공장을 없애고 제대로 된 공장을 지으면 된다. 한시적 공장은 철거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자동차나 철강 등은 규모의 경제를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 아닌가.

▶수요의 예측 가능성이 높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경우라면 규모의 경제는 큰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제지,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산업 등이 이러한 경우에 속했으나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 속하는 기업이 현재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내가 아는 어떤 기업도 경영 환경의 변동성이 낮지
않다.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지는 이점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면, 생산능력이 항상 수요 수준보다 낮도록
의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잠수함을 해저 깊은 곳으로 충분히 잠수시켜 해수면에서 심하게 출렁이는 물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렇게 `깊게 가는(running deep)` 접근 방식을 취하려면, 호황일 때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 기업이 한시적 공장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추종자 전략 대신 선도자 전략을 실시하려는 한국 기업에는
한시적 공장이 적합하지 않은 전략이 아닌가.

▶한시적 공장은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킨다.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
기존 공장을 처분하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으로 이를 대체한다. 대형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한시적
공장을 활용하는 것이 빠르다. 한시적 공장 전략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선도자든 추종자든 상관없이 적절하다.

-당신은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 투자 대신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예상보다 경기가 안 좋으면 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 고용 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비 영미권 국가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이 아닌가. 선진국의 경우 인건비도 비싸다.

▶인건비가 고정비용에 가깝고 비싸다는 사실이야말로 한시적 공장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강력한 요소다. 만일 당신이 운영 인력
100명이 필요하고 하루에 100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지었는데, 실제 수요는 하루 700t에 그쳤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100명의 인력에게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고, 300t의 초과생산능력 부담을 갖게 된다. 그런데 운영 인력 30명이 필요하고 하루에
250t을 생산할 수 있는 한시적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요 변화에 따라 한시적 공장을 1개씩 늘려 나간다면
750t을 90명의 인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초과생산능력 부담은 50t에 불과하고, 인건비도 90명분만 지출하게 되니 이득이다. 만일
수요가 하루 750t 규모로 안정화되면 이 한시적 공장을 단일 대형 공장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한시적 공장도 약점은 있다.
t당 인건비가 단일 대형 공장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이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비용은 수요가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다. 많은 기업들이 과잉 생산능력으로 인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한시적 공장 대신 곧바로 대형
공장을 짓고 있다. 경영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한시적 공장이 가건물 같은 개념이라면, 한시적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은 영구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떨어질 것 같다.

▶제품의 품질은 설계와 프로세스 통제와 관련된 것이지
규모의 경제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다. 한시적 공장을 활용한다고 해서 설계나 프로세스 통제를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시적
전략으로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뒤엎는 획기적인 비즈니스가 어려울 것 같다. 전형적인 `저위험, 저수익` 전략이 아닌가.

▶아이폰은 휴대폰 기기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이 대만의 홍하이(Honhai)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추진한 큰 모험(big
bet)이었다. 아이폰은 리스크가 매우 높은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 됐다. 휴대폰 제조를 해본 적이 없었던 홍하이는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늘리고 자본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큰 유연성을 실현했다. 신제품 시장에서 한시적 공장 전략을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당신이 지적한 것처럼 한시적 공장은 제품의 품질만 보장할 수 있다면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을 수 있는 신제품에 있어서 완벽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품이야말로 수요의 예측성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약 산업을 대상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신제품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더니 예상 수요와 최종 수요 차이는 마이너스 50%에서 플러스 200%에 이르렀다. 예측이 빗나가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형 공장을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

■ He is…

조지 스토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수석고문(Senior Advisor)이다. 10년 넘게 일본에 거주하면서 무엇보다도 시간에서의 우위가 일본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시간 활용을 경쟁적 무기로 생각하는 BCG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스토크는
BCG가 전자 상거래 전략, 가격책정 방식의 혁신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채널 간 갈등 관리,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광대역 무선의 활용, 전자상거래 그리고 가격 전략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탁월한 견해를 제시해왔다. 현재는 자꾸만 커져 가는
중국의 위협과 기회를 고객의 경쟁 전략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스토크 저서로는 `지금 실행해야 할 미래전략 5가지(5 future
strategies you need right now)` `시간과의 경쟁(Competing Against Time)` `가이샤 일본
기업(Kaisha:the Japanese corporation)` `타협을 거부하라(Breaking Compromises)` `BCG의 경영
전략(BCG Perspectives on Strategy)`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Hardball)` 등이 있다.

 
`금융의 옵션전략` 비즈니스에 접목한 인텔
큰 펀치 前에 잽 먼저 날린다
다수의 벤처에 지분출자 시장성 보이면 제휴 강화
가능성 없으면 투자
중단, 미래의 리스크 크게 축소
 
인텔은 1990년대 후반 300여 개에 달하는 반도체ㆍ인터넷ㆍ통신 관련 벤처 기업에 전략적으로 지분 출자를 했다. 포스트 PC 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기술이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인텔은 자사 제품을 위협ㆍ와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자사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보완적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출자해 기술 개발 정보를 우선 확보했다. 생산ㆍ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출자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하기도
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를 `실물 옵션`이라 설명했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게임에 참여할
역량을 확보하되 성급한 풀 베팅만큼은 자제하는 단계적 투자 전략이다. 커다란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실패 리스크도 줄이는 게
실물 옵션 전략의 장점이다.

인텔은 공장 신설에도 신중했다. 반도체 생산 장비는 주문 후 공급받기까지 2~3년이 소요된다. 그
사이에 시장 상황이 달라진다면 반도체 생산 장비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면 공정거래 위반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 장비업체에서 실물 옵션을 구매했다. 만약 해당 장비가 필요 없어지면 구매 계약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대가로 장비업체에 미리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실물 옵션은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지만 발전 과정이 불연속적인 제약 산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약 개발은 로또 복권 당첨만큼이나 성공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도 제약업체들은 유망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다수
벤처 기업에 전략적 지분 출자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 따라 투자를 조금씩 높이거나 중도에 투자를 포기하는 실물 옵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물 옵션은 금융시장에서 활용되는 옵션 아이디어를 실물 부문에 적용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실물 옵션도 실물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기존 실물 투자는 주로 현재가치법(NPV)에 따라
이뤄졌다. 미래에 대한 일정한 가정을 전제로 해 복수의 투자 대안 중 하나를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한다. 가정이 잘못됐을 때 `몰빵` 투자했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기 쉽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2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20~30년 후 현금 흐름까지
감안해서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기업들과 컨설팅기업이 해온 투자 타당성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실물 옵션을 통해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는 처음부터 한 가지 대안을 확정하기보다는 일단 여러 대안을 갖고 동시에
소규모 투자를 행한다. 각 대안에 대해 보다 잘 파악하고 역량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각 대안의 성공 가능성과 예상 수익률을 재점검해 투자
확대ㆍ지속ㆍ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실물 옵션 전략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동기 교수는
“경영자들이 불확실성이 높다고 투자를 동결하거나, 무턱대고 모험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물 옵션을 통해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용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모방자에서 창조자로 거듭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모든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는 없다.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들에 전략적 지분 출자를 하거나 대학과 산ㆍ학 연계를 하는 등 실물 옵션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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