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당신의 부하직원은 당신을 추천할까요?

`좋은 리더`를 가리는 핵심 질문
기업이 당면한 진짜 문제, CEO 입장에선 안 보여…직원의 눈으로
경영하라
구글(Google)은 2009년 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름은 옥시전 프로젝트(Oxygen
Project), 좋은 리더의 요건을 찾는 게 목표였다. 1만개 이상의 서베이와 성과 리뷰, 인터뷰 자료 등을 분석했다. 1등부터 8등까지
리더의 요건을 뽑아냈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서점에서 아무렇게나 리더십 책을 골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좋은 코치가
돼라, 권한을 위임하라, 직원의 성공과 웰빙에 관심을 보여라, 소통을 잘 해라, 직원의 커리어 개발을 도와라 등이었다. 이에 대해 줄리언 버킨쇼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리더십에는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며 “모두가 아는 내용”이라고 했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모두가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아는
데도 주변에 좋은 리더는 매우 드물다. 버킨쇼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리더의 요건은 인간의 본능과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작은 부족 단위에서 수렵하고 채집하며 사는 데 적합하게 진화했어요. 그 결과 인간은 위험을 기피하게 됐죠.
위협을 느끼면 화를 냅니다.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권한을 남에게 맡기지 못합니다. 이는 수천 년 전에 형성된 자연적 본능입니다.
크고 다양화된 현대 조직에는 적합하지 않죠.”

버킨쇼 교수는 “좋은 리더십은 본능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unnatural act)”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능을 극복하고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버킨쇼 교수가
제시한 답은 매우 단순했다.

리더는 스스로에게 `나는 부하 직원이 다른 동료에게 추천하고 싶은 보스인가`라고 자문해 보라고 했다.
버킨쇼 교수가 100개 회사에서 1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동료에게 추천하고 싶은 보스의 습관은 좋은 리더십의 요건과
일치했다.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고,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며, 부하 직원들의 역량을 이해하는 보스가 추천을 받았다. 옥시전 프로젝트가 제시한
좋은 리더의 요건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 다음은 버킨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보스들이 자신에게 `나의
부하 직원이 나를 추천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제도화한 회사가 있는가.

“그 같은 질문을 통해 보스를 평가하는 회사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다. (로슈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보스를 평가하라며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보스를 동료의 보스로 동료에게
추천하겠습니까. 매우 그렇다면 10점, 전혀 그렇지 않다면 0점을 주세요.` 7점 이상이어야 부하 직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로슈는 점수를 합산해 보스에 대한 순추천지수를 계산한다. 지수 값이 낮으면 직원들이 지금 보스를 동료에게 추천하기 싫다는 뜻이다.)
순추천지수(NMPSㆍNET Management Promoter Score)는 관리자가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최고의
잣대다.”

-NMPS로 보스를 평가하는 로슈에서는 `부하 직원이 나를 추천할까`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겠다.
NMPS는 왜 좋은 잣대인가.

“NMPS는 경영의 전반적인 질을 판단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인 척도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버킨쇼 교수의 연구 결과, 상관계수가 무려 0.75에 이르렀다. 직원들은 동료에게 추천하고
싶은 보스와 함께 일할 때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NMPS는 직원들의 전반적인 웰빙 수준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척도이기도 하다. 보스는
직원의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의 부하 직원이 나를 추천할까`라는 질문은 결국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뜻 같다.

“그렇다. 부하 직원의 관점에서 경영(employee`s eye-view
management)하라는 뜻이다. 회사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들의 동기와 두려움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직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가.

“그렇다. 대부분의
인간은 천성적으로 자기 중심적이다. 세상을 부하 직원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자연적이지 않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낫기는 하다. 대개
여성이 남자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총론에서는 똑같다.”

스티븐 마틴은 건설회사인 글럭스톤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CBS 방송의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인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했다. 언더커버 보스는 CEO가 자신의 기업에 평사원으로 위장 취업해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덕분에 CEO는 일선
직원의 관점에서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마틴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 많은 일들이 사실은 엉망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잘 진행되는 일조차 제가 생각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어요.” 마틴은
“CEO로서 내가 도입한 정책들이 조직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마틴의 경험은 직원의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게 매우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마틴은 CEO일 때 전혀 몰랐던 회사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실제 많은 CEO들은 회사의
진짜 상황을 잘 모른다. 전설적인 CEO로 꼽히는 잭 웰치 전 GE CEO마저 “CEO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모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고 토로했다. 마틴은 언더커버 보스 출연을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언더커버 보스의 경험은 경영자에게
유용할 것 같다. 직원의 관점에서 경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경영자가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할 수는 없지 않나.

“대안이 많다. 마케터의 관점을 갖는 게 최고 대안이다. 마케터는 다른 사람(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뛰어나다. 회사가
제품 중심적인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나의 제안은 단순하다. 마케터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지난 60년 동안 개발한 4가지 마케팅
기법(고객행태 조사, 1대1 마케팅, 고객경험 관리, 순추천지수)을 경영에 도입하자는 거다. 직원의 관점에서 경영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케터들은 직접 고객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고객의 행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사한다. 이 같은 기법을
경영에 활용해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관리자들이 일선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live with
employees)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계층제의 장벽을 뚫고 직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보스가 공장이나 매장 콜센터 등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원의 관점에서 직원들이 언제 열심히 일하는지, 언제 업무 의욕을 잃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최고 관리자들이 반드시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일해야 한다.(유통업체 테스코 경영진은 1년에 1주일은 매장에서 일해야 한다.)
다른 많은 산업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

“웹상에서 대화나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인도 IT 기업인 HCL 테크놀로지의 유&아이(You&I)
프로그램이 그런 예다. 직원들은 웹에 자유롭게 질문을 올릴 수 있다. 이들 질문은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CEO는 우선순위가 높은 질문부터 답글을 쓴다. 유&아이 프로그램은 CEO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대기업이라면
어디든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라면 CEO가 직접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는 게 좋다. “이 밖에 버킨쇼 교수는 몇 직급 아래 직원들과
직접 만나는 `스킵-레벨 미팅`도 부하 직원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CEO가 정기적으로 일선 직원들과 대화하거나
식사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케터들은 고객 경험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들은
직원의 경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고가의
스타벅스 커피를 구매하는 것도 뛰어난 `고객 경험` 때문이다. 고객 경험의 품질은 개별 고객이 기업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접점`의 순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승객이 비행기 회사와 만나는 접점은 체크인할 때 또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등이다. 이런 접점에서 고객이
직원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았느냐에 따라 고객 경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고객들이 회사와 만나는 접점이 존재하듯이 직원들도 보스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접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스가 직원과 미팅을 갖고 지난 1년 동안 이 직원의 어떤 성과를 냈는지 평가한다고 하자. 이 같은
접점의 순간을 제대로 관리해야 바람직한 직원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

버킨쇼 교수는 직원 경험을 모범적으로 관리한 사례로 HCL
테크놀로지의 `서비스 티켓` 제도를 제시했다. HCL의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불행을 느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관리자에게 서비스 티켓을
`오픈`(open)할 수 있다. 이 티켓은 해당 직원이 문제 해결에 만족한 뒤에야 비로소 `클로즈`(close)된다. 관리자로서는 직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당신은 좋은 경영의 3가지 원칙을 실행에 옮기라고 제시한다. 권한 위임과 정보공유, 공을 남에게
돌리기, 자기 통제 등이다. 이 같은 3가지 원칙도 인간의 본능과 어긋나는가.

“그렇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수렵시대에 적합하다.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자기 통제가 경영의 핵심인 것도 그래서다.”

-권한위임을 위한 테크닉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직원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 테크닉은
보스가 마스터하기가 정말 어렵다. 당신의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보스는 직원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물론 보스는 실패의 위험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실패의 결과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공을 돌리려면 우선 자신의 잘못부터 자백하라고 했다. 이를 위한 팁을
달라.

“실패 이력서(failure CV)를 써보는 거다. 커리어상의 가장 큰 실수 5~10개의 목록을 만들라는 뜻이다. 실패
이력서를 써보면 실패가 업무의 정상적인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록할 만한 작은 실패ㆍ실수의 사례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이후부터는 매일 일기에 자신의 실패ㆍ실수를 기록해보라. 그렇게 하면 부하 직원들에게 `그것은 나의 잘못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회사들은 계층제가 강고하다. 이런 조직 문화에서 중간관리자가 좋은 경영의 3원칙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계층제를 깨뜨리자고 하면 직속 상사의 견제를 받을 것 같다.

“작은 실험부터 실행에 옮기라고 조언하고 싶다. 큰 위험을
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험을 할 때는 반드시 주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스의 지지가 없는 실험을 시도하면 자칫 해고당할 수 있다.”

■ CEO들이 빠지기 쉬운 경영의 七去之惡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세븐`은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케빈 스페이스가 열연한 연쇄살인자는 가톨릭에서 금기시하는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른다. 7대
죄악은 탐욕ㆍ음란ㆍ분노ㆍ탐식ㆍ오만ㆍ시기ㆍ태만 등이다. 줄리언 버킨쇼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7대 죄악의 특징을 보여주는 경영자 사례를
제시했다.

탐욕스러운 경영자는 스스로 돋보일 목적으로 부ㆍ지위ㆍ성장을 추구한다. 이런 보스는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고 한다.
버킨쇼 교수에 따르면 브라질 에너지ㆍ광산기업인 EBX그룹을 창업한 에이케 바티스타가 그런 예다. 그는 순식간에 세계 8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음란한 경영자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비합리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한다. 시그램 상속자인 에드거 브로프맨은 회사의 소중한
자산을 팔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분노한 경영자의 예는 매우 많다. 평정심을 잃고
화를 쏟아낸다. 미국 제지회사 스콧페이퍼의 앨 던랩 전 CEO가 그런 예다. 그는 재임 20개월 동안 전체 직원 중 30%를 해고해
`전기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탐식에 빠진 경영자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한다. 세세한 업무까지 관리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스타일을 보인다. 버킨쇼 교수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이 같은 유형의 경영자였다.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엔론 경영자들은 `오만`의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자신을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여기곤 했다. `시기`하는 경영자는 남의 공을 가로채는 데
능숙하다. 부하 직원 성장을 가로막는다. 중요한 정보는 혼자 독점한다. `태만`한 경영자는 아예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할
뿐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하 직원과 소통은 거부하면서 점심은 2시간씩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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