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무능 vs 오만…CEO에게 뭐가 더 치명적일까?

슈윈(Schwinn)은 한때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자전거 브랜드였다. 1895년 설립돼 최고의 자전거를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전성기였던 1970년대엔 브랜드 순위가 말보로와 코카콜라 다음일 정도였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이후 환경이 변했다. 산악자전거가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윈은 전통적 모델만 고수하며 지켜만 봤다. 슈윈 모델이 경쟁에 뒤처지기 시작하자 충성도 높았던 판매상들도 경쟁사들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경쟁사들은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저가제품을 쏟아냈다.

슈윈이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문제는 이를 무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독선적이고 자존심 강한 에드 슈윈 CEO는 “우리는 자전거를 매우 잘 안다. 당신들(산악자전거 제조 업체)은 모두 아마추어”라고 코웃음 쳤다. 영업담당 임원은 한술 더 떠 “우리에겐 경쟁자가 없다. 우리는 슈윈이기 때문이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슈윈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93년 파산했다. 이후엔 다른 업체들에 여기저기 인수되며 굴욕을 겪었다. 슈윈의 몰락에 대해 시드니 핑켈스타인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은 “리더가 변화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변화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변신하지 않으면 전통을 자랑하는 장수기업, 대성공을 거둔 스타기업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단 얘기다.

`실패학의 대가`인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세계적 기업들이 왜 몰락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경영자들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사례를 연구하고, 매년 `최악의 CEO` 리스트를 발표한다. 실패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성공의 열쇠를 찾아내 제시한다.

최근 MBN Y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성공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똑똑한 CEO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지적 능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일정 수준의 지적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게 성공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때로는 득을 주기보다 해를 끼칠 때도 많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잖아. 그러니 내가 옳아`란 착각을 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유연성이나 적응력을 잃게 마련이다. 저서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Why Smart Executives Fail)`에서 `실패하는 CEO의 7가지 습관`을 제시한 바 있다. 요약하자면 교만, 겸손 부족, 자기만족과 안주, 다른 모든 이들보다 더 많이 알고 모든 해답을 쥐고 있다는 착각, 자신과 기업이 환경을 지배한다는 오판, 중요한 장애물에 대한 과소평가와 적응력 결여 등이다. 리더십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 정말 중요한 요인들이다.

―”경영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업진로를 잘못 설정해 놓고 이를 고수하는 것”이라 했다.

▷잘못된 방향을 설정하거나 좋지 못한 전략을 세운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재앙까진 아니다. 완벽한 계획이나 의사결정은 없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중요한 건 잘못을 깨달았을 때 이를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 바로 `적응하고(adapt)` `판단오류를 수정하고(adjust)` `변화할 수 있는(change)`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의 차이점이다.

뻔한 말 같지만 막상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은 예전에 해 왔던 방식을 고수한다. 자신들이 틀렸다는 걸,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너무 바빠 무엇이 효과적인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한 CEO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절반만 옳더라도 나는 성공한 경영자일 거요. 단 그 결정이 올바른 게 아닐 때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말이오.”

―CEO나 리더가 열린 마음(Open―Mindedness)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다시 강조하지만 당신이 틀릴 가능성, 세상이 변화하기 때문에 그에 적응하고 (자신과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겸손, 적응력, 열린 마음가짐. 정말 근본적이고 정말 중요한 것들이다.

―성공은 실패의 경고 신호라고 주장했는데.

▷성공, 특히 큰 성공은 실패에 대한 잠재적 경고 사인으로 볼 수 있다. 모토롤라, 소니, 존슨앤드존슨, 유키지루시유업, 러버메이드, LTCM 등 기업들은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크게 성공했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면 당신은 성공이 오직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 여기고 다른 진짜 이유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무시해버리기 쉽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이거나 우호적 환경이나 상황, 다른 사람의 도움 때문인 경우도 많다. 우리는 성공을 거뒀을 땐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실패했을 땐 자신의 책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크게 성공했을 땐 오만해지고 이익이 넘칠 때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쉽다. 자신들이 성공한 영역으로 다른 기업들이 진입하도록 광고하는 역할도 한다. 성공은 역동성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기도 힘들다.

―매년 `최악의 CEO`를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는가.

▷재무적으로 나쁜 성과를 냈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거나 조정하기 위해 내려져야 할 결정들을 내리지 않았다(즉,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세 번째로는 거만함 때문에 인재들을 쫓아냈다(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뛰어난 인재들은 자신들이 회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리더와는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그는 지난해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도브 차니 아메리칸어패럴 CEO 등 5명을 최악의 CEO로 선정했다. 리더십 부재, 전횡과 권한 남용, 실적 부진 등이 이유였다).

―최고의 CEO들도 몇 년 뒤 언제든 최악의 CEO가 될 수 있지 않나.

▷물론 가능하다. 실제로 한때 큰 성공을 거뒀던 몇몇 최고 CEO가 최악의 CEO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회계 부정 스캔들로 파산한) 엔론 회장이었던 켄 레이는 슈퍼스타 CEO였다. 승승장구하던 소니(컬럼비아픽처스 인수로 인한 성과부진), 과거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했던 왕 연구소(개인용 컴퓨터시장 성장을 과소평가해 변화 대응 실패), 일본 국민 우유 브랜드였던 유키지루시(잇단 식중독 사고에 관료주의적 대응만 반복하다 몰락)의 CEO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성공을 거둔 이들이 언젠간 반드시 실패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때의 큰 성공은 잠재적 경고의 사인이다. 자동차에 들어오는 노란색 경고등이라고 보면 된다. 곧바로 차를 갓길에 주차하고 고장난 부분이 있다면 찾아내 고쳐야 한다. 문제는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 리더들이 멈추고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는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이를 보지 않거나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그는 저서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에서 “실패한 CEO들은 심지어 외부환경과 시장 변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음에도 과거 성공 방식에 안주하며 이를 무시해버리거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아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무지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정보가 부족해서, 혹은 환경 변화를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행동에 나서지 않아, 변화할 생각이 없어 실패한다는 말이다. 오히려 유능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과거 성공 방정식을 고집하다 변화 적응에 실패한다는 설명이다.)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일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책임감이 매우 중요하다. 팀과 조직에 책임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목표 달성을 위해 팀이 함께 효과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능력은 자신의 (성공)경험에 대해 과신하지 않고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성공에 도움을 줬던 게 반대로 당신에게 해를 줄 수도 있다. 경험이 언제나 득이 되는 건 아니다. 세상이 바뀌고 예전과 다른 환경에 처하면 과거 경험을 동원하곤 하는데 더 이상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첫째 아이를 키울 때와 둘째를 키울 때 아이의 특성에 맞게 교육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 것과 같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중요한 능력은 재능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리더가 다른 훌륭한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은 뛰어난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리더는 강한 팀과 뛰어난 후계자를 키워내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 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생존하고, 성장하고 배우고 오래 살기 위해선 오래된 뇌세포는 파괴되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다른 관점과 생각, 시각, 다양성 측면에서 그렇다.

―실패 때 계속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뛰어난 리더들은 `회복력(Resilience)`을 갖고 있다. 실패하고 넘어졌을 때 이렇게 마음먹고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식이다. `괜찮아, 이미 일어난 일이야. 우선 뭐가 잘못됐는지 철저하게 파악해서 다음번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다시 일어나 새로 도전하겠어.`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하지만 회복력은 매우 강력한 힘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회복력은 매우 중요하다. 실패에서 회복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첫 직업을 갖게 된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일단 여기서 뭔가를 배우자.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야. 그 기회는 내가 만들어내는 거야.`

―(취업난, 사회적 안전망 부족, 경기 불황 등 때문에) 한국 젊은 세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

▷지금 경제상황이 젊은 세대에 힘든 건 분명하다. 다만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면 1960년대 상황은 어땠는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모든 건 어느 정도 상대적이다. 그만큼 기회도 많다고 본다.

한국에선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사이 태어난 신세대)는 그럴싸한 직업, 근사한 인생, 뛰어난 커리어 등이 자신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사례만 놓고 본다면 수십 년 전보다 젊은 세대의 일종의 `특권의식(entitlement)`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노력 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해내야 한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처음에 그게 안 통한다면 다른 기회를 시도해보라.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실패는 큰 리스크다.

▷스타트업들에 실패는 분명 리스크다. 하지만 스타트업 세계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남들이 이미 간 길을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결국 리스크와 보상의 문제다.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를 해보니 그들은 실패의 위험에 대해 일반인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더라. 평범한 이들은 `리스크가 많으니 실패할 수 있겠는데…`라고 두려워한다. 진정한 기업가들은 반대로 리스크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다. 그들은 실패하리란 생각을 하며 일에 뛰어들지 않는다. 성공을 생각하며 뛰어든다.

―베스트셀러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다. 추가할 내용이 있는가.

▷2009년 출간된 `Think Again:why good leaders make bad decisions`에서 리더십의 심리학적·감성적 요인에 대해 고찰한 바 있다. CEO들은 회사가 돌아가는 걸 훤히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또 특별히 개인적·감정적 애착을 갖는 사업이나 아이템이 있다. 개인 취향이나 애착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려 비즈니스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 He is…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은 리더십 전문가이자 실패학의 대가로 통한다. 어떤 기업이 망하고 어떤 리더가 실패하는지 실패 사례를 연구해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매년 최악의 CEO 5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각 매체들은 명단을 비중 있게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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