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양날의 칼’ 아웃소싱, 영원한 甲-乙은 없다

[동아일보]

IBM 아웃소싱 잘못해 ‘흔들’

브랜드 파워 – 유통망 장악 필수

외부위탁 분산 위험요소 줄여야

IBM은 20여 년 전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한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칩 제작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에 각각 아웃소싱했다. 다른 컴퓨터 완성품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MS와 인텔은 기술력이 높지 않았다. IBM은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텔과 MS가 점점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두 업체의 기술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IBM이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 2월 17일 기준 MS와 IBM의 시가총액은 각각 2507억5000만 달러, 1654억9000만 달러로 무려 1000억 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아웃소싱은 잘 쓰면 기업에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보다 위험한 양날의 칼이다. 미국 컴퓨터 업체 델이나 나이키처럼 아웃소싱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지만, 거꾸로 실패해 큰 손실을 입은 기업도 많다.

○ 나이키와 델의 아웃소싱 성공은 브랜드와 유통망의 힘

학계 연구자들은 나이키 브랜드를 붙인 신발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어 품질은 똑같지만 나이키 브랜드가 없는 신발을 보여주며 얼마를 내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나이키 브랜드가 없는 제품에는 나이키 브랜드 제품의 30∼40%의 가격만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브랜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키가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납품 업체가 아무리 낮은 가격의 제품을 들고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나이키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 역으로 말하면 세계 1위 업체라 해도 몇 년만 브랜드 관리와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면 소비자들은 바로 그 브랜드를 외면한다. 한국이 자랑하는 상표였던 프로스펙스가 브랜드 관리에 실패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가, 최근 기능성 신발 시장에 주력하며 부활을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델도 브랜드 가치 유지와 유통망 장악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다. 또 전 세계를 포괄하는 효율적인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비자가 델에 주문을 하는 시점부터 고객의 집에 컴퓨터가 도착하는 시간은 1주일 정도다. 비슷한 품질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많았지만 델처럼 전 세계에 걸친 신속한 주문, 생산, 유통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드물었다. 델은 이미 시장에 보편화된 범용 기술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 델은 여기서 절감한 돈으로 자사 제품의 판매 가격을 낮췄고, 효과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컴퓨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나이키나 델처럼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공격적으로 아웃소싱을 추진하면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심지어 회사의 존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비용 절감에 집착하지 말고 아웃소싱을 분산하라

기업들이 아웃소싱에 성공하려면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지 말고, 납품 회사를 여럿 둬야 한다. 해당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도 여러 지역에 걸쳐서 서로 다른 납품 업체를 두고, 조금씩 나눠서 물품을 조달해야 한다. 나이키는 한국의 여러 신발 공장에 주문량을 나눠주는 걸로 유명하다. 조달 차질 위험을 철저히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납품 업체가 잠재적 경쟁자로 성장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기술 아웃소싱도 마찬가지다. 핵심 기술이 아닌 주변 기술, 또는 필요한 전체 기술 중 일부분만을 아웃소싱해야 한다. 한 분야의 모든 기술을 아웃소싱에 의존했다가는 IBM처럼 과거의 납품 업체에 의해 큰 난관에 처할 수도 있다. 약간의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자사가 원하는 큰 기술을 몇 개의 작은 기술로 구분하고 각 기술마다 별도의 아웃소싱 업체를 선택해야 현명하다. 특히, TV 전화기 세탁기 청소기 등의 보편화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소 납품업체의 생존전략은

술력 갖춰 여러 회사에 납품

해외 개척이 ‘강소기업’ 지름길

○ 납품업체는 기술력과 복수 거래처 확보로 대응

그렇다면 아웃소싱의 주체인 납품 업체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회사에만 자사 제품을 납품하지 말고, 경쟁 관계에 있는 여러 업체에 납품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력부터 갖춰야 한다. 대부분의 고객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 업체에 납품하는 회사와의 거래를 꺼리지만, 기술력이 있는 제품이라면 무작정 고집을 부릴 수만도 없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업체에 납품하는 식으로 시장도 확대해야 한다.

국내외 유명 의류 회사들에 납품하는 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은 바나나리퍼블릭, 갭, 나이키 등의 납품 회사로 유명하다. 단순히 고객 주문에 따라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디자인과 연구개발팀을 운영한다. 이렇게 출발한 업체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기도 한다. 독일 MCM 브랜드를 인수한 성주그룹이 좋은 예다.

납품 업체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 업체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10∼20년 후에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나설 수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도 이런 과정을 거쳐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과 점유율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acchoi@snu.ac.kr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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