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Cover Story] “나를 따르라” 대신” 왜냐하면” 을 말하라

세계적 전문가 3인이 꼽은 ‘리더십의 요건’

‘무엇을’ ‘어떻게’ 아닌 ‘왜’에서 출발을… ‘왜 이 일을 하는가’ 가치관 공유해야

21세기는 리더와 팔로어의 힘 역전돼 공감하고 존중… 명령 아닌 제안해야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美해병처럼 사리사욕을 희생해야 진정한 리더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話頭)는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영화 ‘명량’에서 나타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겸양의 리더십에 감동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리더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승객 475명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 사후 수습에 우왕좌왕했던 정부와 정치권은 실패한 리더십의 전형(典型)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위클리비즈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세 명을 만나 ’21세기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들의 답변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왜라고 묻는 것’, ‘공감’, ‘존중’이 그것이다.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씨는 리더의 존재 이유를 ‘왜(why)’에서 찾는다. 리더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뚜렷이 정의하고, 조직원들과 끊임없이 공유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주 많고, 많고,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리더가 비전에 대해서 조직원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많은 간부가 자신이 이것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비전을 자주 이야기하지요. ‘우리의 비전은 큰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업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라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비전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단순히 금전(gold)일 뿐입니다. 비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그 비전이라는 것은 ‘만약 우리가 성공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라고 종이에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리더의 가장 큰 자질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비전을 가장 잘 제시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조직원들이 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회사에 나와야 하는지, 왜 자신들이 그러한 비전을 구축해 나가는 데 동참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담아 2009년 TED에서 한 강연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전 세계 850만명이 시청하게 한 그의 웅변이 뉴욕의 한 식당에서 다시 열을 뿜었다(그는 같은 이름의 책도 펴냈다).

사이넥씨는 ‘왜’라는 개념을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종이에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작은 동그라미를 그린 뒤 그 동그라미를 포함하는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둘을 품는 가장 큰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린다. 가장 안쪽에 있는 동그라미, 즉 핵심이 ‘왜’다. 가운데가 ‘어떻게’, 그리고 제일 바깥쪽 동그라미가 ‘무엇을’이다. 기업에 비유하자면 ‘왜’는 가치관, ‘어떻게’는 비즈니스모델, ‘무엇을’은 제품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과 기업은 ‘어떻게’나 ‘무엇을’에만 신경 씁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리드하는 것은 ‘왜’의 힘입니다. ‘왜’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영감을 북돋워주니까요.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엇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월호 선장에게는 ‘왜’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혼자 배를 떠났던 것이다.

올해 나온 사이넥씨의 두 번째 책 이름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이다.사이넥씨가 미국 해병대의 한 장군에게 “해병대는 어떻게 탁월한 성과를 거둡니까”라고 묻자, 장군은 “장교가 마지막에 먹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미 해병대에서는 이등병이 가장 먼저 식사를 하고, 최고 선임 장교가 가장 나중에 먹는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조직 문화다. 이 간단한 행동 속에 리더십을 보는 해병대의 시각이 깔려 있다.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사리사욕을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야말로 리더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있는 옥스퍼드시에서 만난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씨는 리더의 조건으로 공감을 들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인생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감하는 능력(Empathy)’이란 책을 이달 국내 출간 예정이다.

“세상 누구도 자신이 그저 업무에 필요한 부품이나 수치로 여겨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상사가 부하와 그 가족들의 이름을 아는 작은 일 하나만으로도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일터를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동 같은 분쟁 지역에서도 분쟁을 끝내는 방법은 적으로 마주한 이들이 서로를 알고, 어울리게 하는 겁니다. 상대편이 괴물이 아니라, 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적대감과 공포가 줄어드니까요.”

뉴욕에서 만난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리더십의 종말’을 주장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다. 리더십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리더와 팔로어(follower)의 힘의 역학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남편은 아내를 지배해야 마땅하며, 아내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아내는 상대적으로 힘이 세지고 남편은 약해졌다. 리더와 팔로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만 해도 리더가 지배하고 팔로어가 순종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팔로어들은 기혼 여성들처럼 더 힘이 세고, 더 강하고, 더 독립적으로 변했다. 따라서 리더는 그저 명령만 해서는 안 되고, 팔로어를 존중하고 따라올 것을 제안하고 권유해야 한다고 켈러먼 교수는 말했다.

‘왜’와 ‘공감’, ‘존중’은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강론에서 자주 하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이란 선물이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은 ‘왜’를 이야기한다. “거지들에게 동냥을 줄 때 그 사람의 눈을 봤는지요? 아니면 손이라도 잡아봤는지요?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것이 그들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라는 말은 약자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다름이 충돌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성의 선물이 될 수 있게 하자”는 말은 차이에 대한 ‘존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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