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접착제처럼… 人材경영도 연결할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수”

접착제 세계 1위… 獨 헨켈의 인재 경영

인재 연결
플라스틱·탄소섬유 접착해 강철보다 강한 소재 만들듯
직원들의 다양성 연결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최선의 것을 추구해야

다양성과 포용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가 다양성
포용이란 레시피 통해 직원들을 하나로 연결
세대간 소통에도 도움

“접착과 인재 경영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그건 접착하고자 하는 사물과 사물, 서로 연결하고자 하는 인재들에 대해 아주 깊이 알아야만 접착·연결을 제대로 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독일 뒤셀도르프 라인 강변의 한 호텔. ‘헨켈 이노베이션 챌린지’라는 이름의 대학생 공모전에 전 세계에서 모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쿠로시 바라미 접착제 부문 총괄 부사장은 이렇게 말을 풀어갔다.

헨켈의 크리스틴 산체스 마르틴(왼쪽) 다양성·포용 담당 부사장이 헨켈의 다양성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동료와 함께 들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예술가 귀도 다니엘에게 의뢰해 만들어졌다. 손가락에 헨켈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형상화했다.
헨켈의 크리스틴 산체스 마르틴(왼쪽) 다양성·포용 담당 부사장이 헨켈의 다양성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동료와 함께 들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예술가 귀도 다니엘에게 의뢰해 만들어졌다. 손가락에 헨켈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형상화했다. / 헨켈 제공

헨켈(Henkel)은 살충제 홈키파·홈매트, 세제 퍼실(Persil) 등으로 유명한 독일 생활용품 회사. 그런데 사실 이 회사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은 접착제 사업이다. 작년 전체 매출 164억유로(약 22조3000억원) 중 50%를 차지한다. 록타이트(Loctite)가 바로 헨켈이 생산한 접착제 브랜드다(쌍둥이 칼로 유명한 헨켈사와는 무관하다).

강연이 끝난 뒤 세계 최대 접착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접착과 인재 경영의 공통점에 대해 좀 더 물어봤다. 그는 씩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접착의 기본은 ‘대상에 대한 이해’

“무엇이든지 ‘연결’이라는 것을 할 때는 연결할 상대와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쪽만 이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처음에는 괜찮아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나중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안전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들을 깊이 이해해야만 합니다. 어떻게 연결할지 연구하지 않으면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조직 전체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접착하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는 “접착이 아주 오래 지속돼야 할 경우나 접착 부위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신 자동차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도와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구조물의 어떤 부분에는 강철이 사용되지만, 어떤 곳에는 알루미늄, 어떤 곳에는 탄소섬유, 어떤 곳에는 플라스틱이나 유리가 사용되지요. 또 각 소재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소재이지만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접착제는 이런 표면 재질이 다른 이종(異種) 물질을 붙인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합니다. 우선 소재 표면의 특성이 다르겠지요. 소재에 따라, 열의 높고 낮음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도도 다를 겁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되는 속도도 제각각입니다.”

그는 “알루미늄과 강철을 붙이는 접착제가 따로 있고, 플라스틱과 탄소섬유를 붙이는 게 따로 있는 식으로 붙이려는 소재에 따라 수많은 접착제가 필요하다”면서 “자동차의 형상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구조물을 접착하는 데만도 수많은 이종 물질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마법과 같은 기술을 보여줬다. 즉 손으로 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약한 플라스틱 소재 표면에 탄소섬유를 접착해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강도는 더 뛰어난 신소재를 보여줬다. 그는 이런 소재 간의 접착 기술을 통해 각각의 소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픽 헨켈 매출액 추이 / 매출액 비중

헨켈의 진짜 경쟁력은 인재 연결

금속 소재를 연결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용접이다. 그러나 용접이란 열로 금속을 녹인 뒤 압력을 가해 붙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재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특히 알루미늄과 강철처럼 서로 특성이 다른 금속을 용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열과 압력이 발생할 때 알루미늄 쪽이 약하기 때문에 알루미늄에 변형이 갈 수 있다. 또 이렇게 서로 다른 금속을 붙여 놓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부식이 일어난다.

헨켈이 연구하는 건 어떻게 하면 대상에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최선의 결과물(접착)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접착 방법이나 접착제의 성분·특성을 연구하고, 또 수많은 접착제를 섞어서 기존과 다른 특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재 연결도 마찬가지다.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 Inclusion) 담당 부사장’이라는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는 크리스틴 산체스 마르틴씨는 “헨켈의 경영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연결해 개인이나 조직 양쪽에서 최선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포용 담당 부사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는 “헨켈에서 매우 중요하며, CEO를 포함해 그 어떤 직원도 조직의 첫째 가치로 삼아야 하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마르틴이라는 제 성(姓)을 들으면 많은 사람은 흑발의, 그리고 눈동자 색이 어두운 사람을 떠올릴 겁니다. 머릿속에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그러나 저는 100% 독일인으로 멕시코인과 결혼한 여성일 뿐입니다. 우리는 고용이나 승진 등에 대한 결정을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초해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기업 경영에서 매우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상대의 외양만 보고 그런 결정을 내리면 좋은 자격을 가진 사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틴 부사장은 다양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라고 정의했다. 외모나 성별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생각, 경험, 지식이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요리의 레시피와 같습니다. 모든 재료가 회사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 모든 재료를 활용해 멋진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재료를 결합해 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레시피, 즉 공통 주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포용’이라고 합니다. 다양성과 포용 두 가지가 헨켈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가치입니다.”

헨켈 직원의 국적은 120곳에 이른다. 앞서 만났던 바라미 부사장은 이란인이며, 바로 밑 직원은 브라질인이라고 했다. 또 마르틴 부사장을 비롯해 여성들이 관리자급에 대거 진출해 관리자급 가운데 여성 비율이 32%에 이른다.

캐스퍼 로슈타드 회장
캐스퍼 로슈타드 회장

매년 전 직원이 다양한 문화 체험 행사

헨켈은 1년에 한 번 ‘다양성 주간’이란 행사를 가진다. 다른 문화, 다른 음식, 다른 나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다. 직원들이 경험해 볼 수 있는 300가지 활동이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한 주 동안 시행됐다. 뒤셀도르프 본사에서는 월드컵 시즌과 연계해 손가락 축구 게임(finger football)을 직급·연령·성별에 상관없이 팀을 짜 진행했다. 세제·홈케어 부문 글로벌 마케팅팀은 국적이 다양한 직원들이 국가별 대표 음식을 요리해 회사로 가져와 서로 나눴다.

그녀는 다양성과 포용은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저는 전화기가 무엇인지 압니다. 하지만 제 딸은 잘 모릅니다. 전화기 대신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제 딸에게 전화기란 단순히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물건일 뿐입니다. 또 저는 예전에 사무실에서 텔렉스를 사용했지만, 요즘 세대는 뭔지 모르겠지요.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세대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회사 내에서도 이러한 스타일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마르틴 부사장은 “헨켈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헨켈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더 큰 독일 도시로 이전했고 더 나아가 유럽, 전 세계로 확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 여기서 열린 ‘헨켈 이노베이션 챌린지’ 행사를 보세요. 헨켈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뽑힌 20여 팀이 최종 결선에 와 있습니다. 한국도 있고, 중국도 있고, 인도·말레이시아 대학생도 와 있습니다.”

이 공모전의 주제는 ‘2050년 헨켈이 내놓아야 할 제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각 나라 헨켈 지사 직원이 멘토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키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행사에 캐스퍼 로슈타드 회장(CEO)이 나와 1시간 동안 대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질의 응답을 했다. 그는 “혁신이란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만 일어날 수 있는데, 그것이 없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 오로지 가격 경쟁에 돌입하고 되고, 결국 패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 보라”고 대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여러분이 그 경험을 쌓고 오는 동안 여러분의 나라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할 때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르게 지닌 가치를 이해하십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헨켈은 이런 회사

헨켈은 접착제, 세제·홈케어, 뷰티케어 등 3개 사업 축을 갖고 있다. 접착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기업 납품이 많다. 세계 125개국에 진출해 있고 직원은 4만7000명. 1876년 설립됐으며, 1980년 헨켈 가문 출신의 마지막 CEO였던 콘라트 헨켈 박사가 CEO 자리를 내놓고 경영감독위원회 의장 겸 주주총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이 자리를 5세손이 맡고 있다.

캐스퍼 로슈타드 현 CEO는 덴마크인으로, 헨켈 138년 역사상 비(非)독일어권에서 영입된 최초의 CEO다.

‘왜’는 돈·명성 아닌 가치·신념
훌륭한 리더는 ‘창업의 목적’ 알려주고 조직원들이 그 속에서 긍지 갖게 해야’

왜’를 부활시키며 부활한 디즈니
“돈벌이보다 즐거움·재미가 우선돼야” 디즈니 설립 정신 직원들에게 일깨워… 장기적으로 이익… 침체서 再建 일궈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리더십의 요건] ①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의 ‘왜’

사이넥사진〉씨는 원래 포천 500대 기업 중 몇 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성공적인 마케팅 전문가였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일터에 가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는 그 사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저는 행복해야 했거든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돈도 잘 벌렸고, 매우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일하는 게 행복하지 않은 건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했어요.

제 인생에서 정말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다가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너 괜찮은 거니?’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때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괜찮지 않다는 이야기를 터놓고 하게 됐고, 그런 대화를 몇 차례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가진 문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나는 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하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책에 쓴 ‘골든 서클’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저의 새로운 ‘왜’가 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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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지 몰라 방황

그를 만난 건 식료품 가게 위층 허름한 식당 겸 카페에서다. 그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왜’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 원래 처음 시작한 본래 뿌리에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왜’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조직원들에게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겁니다. ‘왜’를 계속 유지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으로는 훌륭한 리더를 가지는 겁니다. 훌륭한 리더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자’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죽고, 마이클 아이스너가 뒤를 이어받은 뒤 디즈니는 성장과 몸집 키우기, 지배력에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잃어버리게 된 것은 ‘핵심’이었지요.

밥 아이거 현재 회장은 재임 직후 ‘과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사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디즈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디즈니의 설립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살펴본 뒤 원래 디즈니가 추구하던 ‘왜’, 즉 ‘재미’와 방향이 맞지 않는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왜’와 맞지 않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리더십에서 가장 훌륭한 점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단순히 그것이 ‘훌륭한 비즈니스 기회’라는 것에만 기반을 두지 않고, 그것이 디즈니의 ‘왜’와 방향을 같이하는 것인지에 항상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디즈니처럼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경우엔 회사가 여러 방법으로 ‘왜’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왜’를 전달해 주는 많은 문서가 있을 겁니다. 또 ‘왜’가 생생하게 작동했던 당시에 근무했던 사람들, 창업자와 가까웠던 이들, 아직 ‘왜’를 잃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가서 우리 회사의 잃어버린 ‘왜’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는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돈이나, 명성이나, 운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념입니다. 100명 중 99명의 확률로, 사람들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중 가까운 다른 이들과 고민을 나누다가 같이 회사를 만들게 됩니다. 그들이 처음 창업을 하게 됐던 근원을 찾아야 합니다.”

‘왜’로 다시 돌아간 디즈니

―디즈니 외에도 ‘왜’를 잘 지킨 회사 사례를 든다면요?

“아웃도어 회사 파타고니아도 좋은 예입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자신이 처음 시작한 목적과 ‘왜’에 매우 충실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기보다 자연과 교감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중요한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죠. 요가복을 만드는 캐나다의 룰루레몬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또 코스트코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언제나 ‘사람’을 가장 앞세웁니다. 하지만 그들은 월스트리트를 무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경제적 논리는 언제나 직원들의 복지에 쓰는 돈을 줄이기를 강요하고, 고객보다 먼저 주주에게 신경을 쓰도록 강요합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고객을 주주보다 우선으로 했고, 직원들을 우선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느냐고요? 그들은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률에서 GE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Weekly BIZ][Cover Story] '왜'를 알아야 진심으로 움직인다

사이넥씨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도 ‘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회사들이 제시한 ‘무엇을’을 보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왜’에 마음이 동해 구매한다. 제품 설명서에 아무리 좋은 스펙이 나열돼 있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머리로 구매하지 않고, 가슴으로 구매한다.

사이넥씨는 이런 메커니즘을 뇌의 진화에서 찾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서 마지막으로 출현한 영역은 신피질이다. 그가 주장한 골든 서클의 ‘무엇을’에 해당한다. 골든 서클의 가장 안쪽 부분 즉 ‘왜’는 변연계(邊緣系)를 구성한다. 변연계는 신뢰와 충성심 따위의 모든 감정을 담당한다. 사람은 변연계에 의해 일단 결정을 한 다음 단계에서야 신피질 수준에서 상세 정보를 검토한다. 따라서 종업원이든 소비자든 사람을 설득하고 신뢰를 심어주려면 ‘왜’에서 출발해야 한다.

“카리스마는 에너지와 관련이 없습니다. ‘왜’의 명료함에서 나옵니다. CEO의 임무는 ‘왜’의 전형을 보여주고, 조직에서 ‘왜’가 줄줄 흘러넘치게 하는 겁니다.”

‘왜’를 잃어버린 소니

―’왜’를 잃어버린 회사를 꼽는다면요?

“소니가 떠오르네요. 소니도 처음엔 ‘왜’에 집중해서 시작한 기업이었습니다. 창업자 아키오 모리타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베풂, 공헌, 그리고 일본산(産) 물건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몸집이 커지고 아키오 모리타가 작고하고 나서 소니는 몸집 키우기와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니는 한때 전 세계 혁신의 선두 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소니는 그저 많은 전자기기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왜’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건 삼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문을 돌렸다. “우리는 삼성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삼성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애플 마니아’임을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그들은 애플의 로고를 차에 붙이고, ‘나는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을 과시하려 합니다. 반면 삼성은 그저 또 하나의 회사나 브랜드로 취급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삼성의 ‘왜’가 기업 내에서 충분히 소통되지 못하거나, ‘왜’가 뚜렷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워합니다.

“그게 바로 훌륭한 ‘왜 타입’의 리더가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하는 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기쁨과 보람을 갖고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도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세우겠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습니다. 창업자들이 그리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를 바탕으로 창업한 겁니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조직에 속함으로써 보람과 의미,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요건] ②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

‘상대방 신발 신어보는’ 마음으로 他人과 대화… 사회적 협동성 늘어나

크르즈나릭씨는 이웃에게서 얻었다는 방울 토마토와 직접 끓인 수프를 내왔다. 부엌 식탁에선 유리문을 통해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였고, 고양이가 이따금 다가와 재롱을 피웠다.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이제까진 많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습니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에 기반해서 살아왔지만 이젠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에게 웰빙을 가져다줄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우리에게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요즘 저는 거의 매일 전 세계에서 강연 요청 메일을 받고 있어요. 왜일까요? 공감은 협동을 가능하게 하고, 팀워크를 원활하게 만들어 조직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연민은 어떻게 다른가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영미권에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본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동정은 그저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거예요.”

노숙자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대화입니다. 대화는 편견을 넘어서 타인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게 하는 시발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배달하러 오는 사람이나, 당신이 빵을 사는 빵 가게 주인 등과요. 고용주와 고용인이 갈등 관계에 있을 때 그들이 각각 상대방이 한 말을 한 번 더 되풀이해서 따라 하는 것만으로 갈등의 양상이 줄어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 짧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옥스퍼드 뮤즈’에선 100여명의 기업인이 100여명의 노숙자와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가장 용감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같은 문제를 놓고 일대일로 이야기해 보는 겁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2주 전에 대형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 캠페인에 참가한 수천 명의 사람이 다 함께 닷새 동안 단지 1파운드로 생활을 해 보기로 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구 상엔 10억명이나 됩니다.

셋째는 제가 ‘팔걸이의자에 앉아서 공감 능력 키우기’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다른 문화권과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혹은 다른 세대에 대한 공감도요. 한국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감독)이 제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텍스트였던 것처럼 말이죠. ”

―학교는 어떻게 공감 능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저는 공감도 학교에서 하나의 교과목으로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감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 지수의 핵심일뿐더러 창의력을 키워주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감 능력 기르기 교육은 캐나다에서 시작됐습니다. ‘공감의 뿌리’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그 방법은 아주 훌륭해요. 교실에 아기를 데려오는 거죠. 그럼 5~10세쯤 되는 학생들이 아기 주위에 둘러앉아서, ‘아기가 왜 울지?’ ‘왜 웃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겁니다. 즉, 아기의 신발을 신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 봅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그 학생은 어떤 느낌이 들까?’ 같은 식으로 말이죠. 효과는 놀라웠어요. 공감 능력과 사회적 협동성은 증가했고, 학교 폭력과 따돌림은 줄어들었어요. 저는 학교에서 이런 교육 방법이 정규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을 할 때 감정적이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공감엔 감정적 공감, 그리고 인지적 공감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감정적 공감은 물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지적 공감은 타인이 느끼고, 요구하는바, 타인의 입장을 정말로 이해하는 속성입니다. 인지적 공감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올려줍니다.”

[리더십의 요건] ③ 바버라 켈러먼 교수의 ‘존중’

존중할 때… 팔로어는 헌신한다

팔로어들 힘 세지고 독립적으로 변해…명령하는 리더는 더이상 설 자리 없어…상호 신뢰 쌓아야 열린 마음으로 협력

2007년 미국 사업가 밥 채프먼씨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작은 포장용 기계 회사 헤이슨샌디어커를 인수해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직원들을 면담하고 충격을 받았다. 27년간 공장에서 일한 한 직원에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그 직원은 “제가 진실을 말해도 내일 출근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직원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바버라 켈러먼 교수
바버라 켈러먼 교수

“사장님, 가끔 출장을 갔다가 공장에 다시 돌아오면 자유가 몽땅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계속 따라다니며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요.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고, 퇴근할 때마다 출퇴근 카드를 찍어야 합니다. 집에 전화할 때도 공중전화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부품 창고는 자물쇠가 채워진 창고에 보관돼 있어서 사용할 때마다 담당 직원에게 열쇠를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채프먼 사장은 곧바로 인사팀장을 불러 출퇴근 시간기록계를 없애고, 직원들 모두 언제든 회사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창고 문을 개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마치 한집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채프먼이 즐겨 쓰는 용어로) ‘머리와 가슴’을 모두 헌신할 수 있었고,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사이먼 사이넥씨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 나오는 일화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함을 느끼면, 긴장이 이완되고 열린 마음으로 신뢰하고 협력하게 된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에선 안전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 회사에선 협박, 망신, 고립, 바보가 된 기분, 무력감, 배척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급선무가 되고, 뭔가 창의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다. 사이넥씨는 “직원들이 조직 ‘내부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면, ‘외부 위험’에 대한 전체 조직의 대처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직원들이 더욱 이기적이게 되고, 서로에 대해, 회사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는 얘기다.

바버라 켈러먼〈사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사이넥씨와 다른 근거로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과거엔 의사가 환자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주면 환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환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다음 ‘왜 당신은 나에게 빨간 약을 처방해 준 건가요? 파란 약이 더 효과적이라는데요’라고 따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점점 과거와 같은 통제형, 전제 군주형의 리더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그는 이런 변화에도 기존 리더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리더십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미국 의회엔 입법자들이 535명이나 있지만, 의견 일치를 이루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만 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 못지않게 팔로어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왜 많은 사람이 리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걸까요? 리더는 팔로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 미국에선 시민 윤리라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과목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리더가 되는 방법만 배우려고 하고, 아무도 팔로어십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리더십 시스템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①리더 ②팔로어와 다른 플레이어(시민단체, 언론 등) ③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그것이다. 켈러먼 교수는 “리더십을 논할 때는 이 세 가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리더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리더십을 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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