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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빠름, 실행력 강함, 그러나 남의 말 안 들음… 그대는 ‘알파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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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빠르고 실행력도 강하나 소통 능력이 부족함.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음.’

어느덧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연말 재계약을 앞둔 김아재 상무는 조바심이 났다. 다면 평가에 응한 직원들이 그에게 3년 연속 ‘불통(不通)의 리더’ 딱지를 붙인 것이다. 들으려고 애썼지만, 입 다물고 의견이 없는 건 팀원들이었다. 구걸하듯 의견을 물어야 입을 뗐고 그마저도 몇 마디 떠듬거리다 말끝을 흐렸다. 소통 분위기를 만들면 될까 싶어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팀원들과 차례로 면담도 하고 브레인스토밍 회의도 정례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의록을 살펴보던 김 상무의 표정이 굳었다. 최대한 듣기만 했다고 자부한 회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건 자신의 말, 정확히는 지시와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1. 부하 직원은 고객이다

‘똑똑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우두머리가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다. 조직의 핵심 사안을 다루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언급한 알파(alpha) 남성들의 공통점이다. 글로벌 기업 임원의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런 알파 앞에서 직원들은 한없이 작아진다. 어릴 때부터 알파의 생각은 틀린 적이 별로 없고 지금 그에게는 수십 년 기업 생활로 쌓인 연륜과 경험까지 더해졌다. 설익은 20~30대의 의견을 듣자고 앉아 있는 건 거의 봉사로 느껴질 지경이다. 앞의 김 상무처럼 이들은 어느새 상대의 말을 끊고 가르치기 시작한다. 리더가 독선적인 ‘아재’로 변하는 순간 사무실은 조용한 독서실이 된다.

강력한 알파 앞에서 직원들이 자신을 보호할 방법은 두 가지다. 앞에서는 따르지만, 뒤로는 제대로 일을 안 하는 식으로 교묘한 보복을 하거나(수동적 공격성), 뭔가 이상하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후자는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라 불리는 집단 사고로,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지만 아무도 노(no)라고 말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거짓 합의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알파 아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내 비전을 실현해줄 직원들이야말로 중요한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제대로 뛰어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알파라도 한계에 부딪힌다. 아니, 아예 유능한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일하겠다’고 주변에 모이질 않는다. 더 큰 성취를 맛보기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키는 것만 하는 ‘부하 상태’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뛸 사람은 없다.

2. ‘듣기’는 리더의 최고 자질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을 결정한 것은 “우리 성과급 안 받아도 좋으니 제발 리콜해 달라”는 젊은 연구원들의 목소리를 듣고서라고 한다. 내부 사기를 위해 그런 조 단위 손실을 떠안은 것이 아니다.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젊은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과 상식, 삼성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리한 알파들은 젊은 직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자신을 접속시키는 통로이자 정보원이라는 것을 안다. 탁월한 개인이 과거의 경험에만 의지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램 차란은 모든 정보가 열려 있는 이 시대에 ‘겸손한 듣기’를 리더의 최고 자질 중 하나로 꼽았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과 상대의 좋은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힘이다. 연결하려면 서로 같은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나란히 걸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리더들은 더 자세를 낮추고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리더의 요건을 전면 수정하면서 경청 능력을 가장 존경할 만한 특징으로 꼽았다. 지배욕 강한 알파에게 ‘듣기’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 새로운 세상과 탁월한 아이디어에 자신을 접속시키는 패스워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3. ‘지식의 저주’를 깨트려라

조직 내 불통은 알파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아서 생기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인지 부하 직원들이 당연히 알아들으리라 가정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 칩 히스 교수가 의사소통의 장애로 지적한 ‘지식의 저주’다. “어떻게 더 쉽게 말해? 이 정도 말귀는 알아듣겠지”라며 맥락 설명 없이 업무 지시를 하는 알파 앞에서 부하 직원들은 갸우뚱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이것저것 손대 밥 먹듯 야근이 이어지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은 길을 잃는다.

“모르면 물어보는 패기도 없느냐”고 타박하지 말자. 젊은 세대는 세상을 맨살보다 모니터로 겪으며 자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펄펄 날아도 상사와 얼굴을 맞대고 갈등 상황을 돌파하거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불편하다. 학교와 집이라는 온실에서 평가받고 허락받으며 살아온 20~30대일수록,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시하고 지적하기보다 맷집을 키워줄 스파링 파트너다. 알파들이 기꺼이 들어주고 함께 수정하며 발전시키는 과정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회사가 리더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이유다.

‘민폐형 알파’ 자가 진단법

1. 주위에 바보들만 있는 것 같으니 뭐가 옳은지 알려주겠다.

2. 직장 내 패배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참을 수 없다.

3. 몇몇 바보에게는 그들의 발전을 위해 모욕을 줘야 한다.

4. 팀의 성과에 대한 공은 당연히 내 차지다.

5. 다른 사람의 실수를 재빨리 지적하고 남의 말을 가로챈다.

6. 나는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7. 사람들이 재미있는 얘기를 하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딱 멈추는 것 같다.

8. 상사에게 아첨하며, 아랫사람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9. 회사 내 다른 팀과 언제나 다툰다.

10. 사람들은 나와 이야기할 때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다.

〈자료: 로버트 서튼 ‘또라이 제로 조직’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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