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頭括式)’ 논리전개’ 등 맥킨지식 사고, 화법

한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문제가 주어졌다고 하자. 사람마다 결혼을 결정하는 이유가 다를 수 있다. 여자의 외모를 우선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배경을 따질 수도 있지만 이 문제를 놓고 체계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컨설턴트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나 거대기업의 합병 및 구조조정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일상사든 경제적인 문제든 맥킨지 입사 이후 끊임없이 반복 학습하는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방식을 통해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MECE는 문제를 철저히 분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우선 결혼해야하는 이유를 ‘여자 자체가 좋은가’와 ‘여자의 환경이 좋은가’로 나눌 수 있다. 여자 자체가 맘에 든다면 다시 ‘신체적’ 요인인지 ‘비 신체적’ 요인인지로 분해가 가능하다. 신체적 요인은 또 얼굴과 몸매 등 외모적 요소와 건강 등 내부적 요소로 나뉘어진다. 이렇게 문제를 분해하다보면 이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수십가지의 이유가 나오게 된다. 이런 이유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결혼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이런 문제해결방식을 ‘회 뜨는 기술’에 비유한다. 서로 중복되는 부분도 없고 그렇다고 남겨진 것도 없이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이질적이며 다층적인 요소들이 철저히 발라내 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맥킨지 한국지사의 경우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들어온 한국인과 국내 대학을 졸업한 뒤 해외 유수대학의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들어온 두 부류 중 국내파들이 이런 문제 풀이방식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최정규 맥킨지 한국지사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한국의 교육은 문제풀이의 과정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정답을 찾는 것만 중시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주어졌을 때 정답을 구해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든가, 문제를 풀어가려면 여러 각도와 차원에서 조망해 보아야 한다는 문제접근 노하우가 제대로 길러지지 않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문제를 ‘회 뜨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은 단지 개인의 고립된 반복학습을 통해서가 아니다. 팀 단위의 미팅에서 수없이 토론과 논쟁을 하며 문제를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을 익힌다. 따라서 회의과정의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요소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은 입사 때부터 이같은 스킬을 끊임없이 선임자로부터 훈련받는다.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27층에 있는 맥킨지 서울 사무소까지 1층에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데는 논스톱으로 약 20초 가량 걸린다. 맥킨지 신입사원들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을 설득하는 엘리베이터 테스트(Elevator Test)를 거친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있게 전개하는 능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다.

두괄식(頭括式)’ 2 3 논리전개방식과 대화기술도 컨설턴트들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덕목.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결론을 먼저 밝히고 그 근거 몇가지를 대는 방식을 취한다. 팀 미팅 때 쓸데없이 주절주절 많은 주장을 펴는 컨설턴트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마지막으로 팀 미팅 때나 클라이언트 등을 만나 얘기를 나눌 때 해결책 없는 문제제기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일부 신입사원들 중에는 자신의 똑똑함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알기로는 저 통계 수치가 틀렸다. 저 수치를 근거로 한 해결책은 별 설득력이 없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팀장이 이 얘기를 듣는다면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So what?)”는 식으로 대응한다. 맥킨지의 장윤석 컨설턴트(부사장급)는 “문제만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귀중한 시간만 갉아먹는 것이다. 반드시 팩트로 뒷받침된 자신의 대안이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에게 요구되는 몇가지 룰은 개인기를 조직의 힘으로 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팀 미팅 때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규칙
침묵하는 태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팀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데 전혀 기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진다. 맥킨지 내에 직급이 있지만 사장조차 ‘×××씨’로 호칭하는 것도 직급에 구분없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둘째 동료가 요구하는 것은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
자료를 구해 달라든지 함께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동료가 받아들이지 않거나 게을리 할 경우 인사평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동료를 전문가로 간주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맥킨지 직원이라면 전 세계 어느 지사에 있는 누구에게나 도움을 요청하고 답을 구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맥킨지사가 ‘하나의 회사(one firm)’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이런 기업문화에서 출발한다.

셋째, 후배를 인재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선배로서의 선행이 아니라 의무로 강조된다.
맥킨지에서는 인사고과 평가를 할 때 상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통해 얼마나 스스로가 변화되었느냐가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이런 도제식 인재양성 시스템을 통해 맥킨지 사원 개개인의 역량은 조직의 힘으로 확산되고 통합된다. 선배들의 뛰어난 점은 그들에게서 배운 후배들을 통해 조직의 힘으로 상속된다.

맥킨지의 장윤석 컨설턴트는 “맥킨지가 컨설팅업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MECE의 문제해결 방식이나 자기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고 공유하는 노하우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꾀하는 국내 일반기업에서도 충분히 도입해볼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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