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 – GQ 신기주 기자

지식 사회가 안정되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공명정대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과 애플과 구글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 건 그들이 안드로이드를 머저 개발했다거나 아이폰을 먼저 출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품을 활용한다. 안드로이드폰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대신 애플과 구글과 페이스북은 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했다. 스스로 지식 사회 구조의 물과 공기가 되고자 했단 뜻이다. 정작 플랫폼은 돈을 벌지 못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했다.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역시 소셜 게임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스스로 제작하는 게임이나 앱은 거의 엇ㅂ다. 대신 플랫포은 시장 생태계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권력을 얻는다. 예전에 마이크로 소프트가 누렸던 권능이다. 사실 플랫폼이라는 말부터가 빌 게이츠가 처음 창안한 용어다.

한국 사회엔 지식 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하려는 자본이나 기업이 없다. 플랫폼이 되려면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희생해야 한다. 당장 매출과 영업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사나 출판사나 방송사나 인터넷 포털들은 자신들이 직접 독점적인 서비스를 해서 매출을 발생시킬 생각만 한다. 포토그래퍼들한테 좋은 아이디어들을 받아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생각보단 그 아이디어들로 더 싼 값에 광고를 찍을 생각만 한다. 좋은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게 만드는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독점할 작정부터 한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지적 재산권 분쟁은 직능 사회와 지식 사회의 다툼이다. 돈부터 벌려는 기업과 플랫폼이 되려는 기업의 승패가 뻔한 전쟁이다. 직능 사회에선 아이디어 도입 정도에 대항되는 행위가 지식 사회에선 아이디어 도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지식 사회의 문턱에 있다. 어쩌면 피터 드러커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왜곡된 지식 사회로 빠질지 모른다. 말하자면 지식 착취 사회다. 그래선 지식 자체가 자취를 감춘다.

GQ 10월호 신기주 기자 칼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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