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속삭인다… “얼굴광고 주목… 직선은 피하라”

많은 사람이 합리적 이성을 토대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먼 교수에 따르면 소비자 의사결정의 95%는 무의식에 영향받은 것이다. 심사숙고해서 내리는 결정은 5%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최근 인간의 무의식적 반응을 연구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 각광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뇌파 측정은 뉴로마케팅의 주요 기법 중 하나로 사람의 뇌파를 분석해 심리 상태를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뉴로마케팅 리서치 전문 업체인 닐슨 뉴로포커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A K 프라딥 박사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7호(1월 15일자)에 소개한 뇌파 측정 기반의 뉴로마케팅 방법론을 요약한다.

○ 얼굴이 기본이다

뇌는 얼굴을 사랑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얼굴 표정을 탐색하면서 진화해 왔다. 인간은 타인의 얼굴을 보면서 친구인지 적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런 성향을 마케팅에 적용하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장, 광고, 매장 내 전시, 기타 마케팅 활동에서 얼굴 이미지(사람이든 동물이든)를 활용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얼굴 이미지를 본 소비자의 뇌는 (잠재의식 영역에서) 고마워할 것이다. 가령 소비자가 마트의 수많은 매대를 살펴보며 걸어가고 있다고 해보자.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일반 생활용품 코너에서 소비자가 머무는 시간은 수초에 불과하다. 이때 얼굴 모양의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판을 올려놓으면 뇌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 선반에 집중할 것이고, 본능적으로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매대의 상품을 쳐다볼 것이다.

○ 곡선이 중요하다

뇌는 날카로운 날들과 직선들을 싫어한다. 이들은 잠재의식에 위협을 가한다. 날카로운 물건들은 자르고, 불구로 만들고, 또한 죽이기까지 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우리의 뇌 속 깊은 곳에서 ‘회피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이것을 의식적으로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들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어 한다. 이런 특징을 마케팅에 응용할 수 있다. 가령 마트에서는 제품 진열대의 예리한 코너들에 주목해야 한다. 날카로운 직선들로 짜인 진열대는 소비자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회피 반응을 불러일으켜 진열대로부터 소비자들을 밀어낼 수 있다. 곡선의 특징을 갖고 있는 제품 진열대와 매장 디스플레이를 고안한다면 소비자의 뇌는 잠재의식 속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이는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이미지는 좌측, 언어는 우측

뉴로포커스가 개발한 뇌파측정기 ‘dry-EEG’ 헤드세트. 닐슨 뉴로포커스 제공

뇌는 이미지는 왼쪽에 두고 언어는 오른쪽에 위치한 프레젠테이션을 선호한다. 이를 웹사이트 디자인, 광고, 포장 등 모든 것에 응용할 수 있다. 인쇄광고물을 예로 들어보면, 소비자는 먼저 좌측에 있는 모델을 본 뒤 오른쪽에 있는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이때 유명 모델이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여성 모델이 좌측에 있다면 첫 번째 사로잡은 시선이 오른쪽에 있는 중요한 메시지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케터들은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았으나 정작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델의 시선이나 손의 지시 방향, 모델이 향하고 있는 방향 등에 신경을 써서 오른쪽에 있는 메시지에도 소비자가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 MNEA가 중요하다

뇌는 움직임(Motion), 참신함(Novelty), 실수(Error), 모호함(Ambiguity)에 끌린다. 인류는 태초 이래로 먹이와 포식자를 인식하도록 능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움직이는 사물에 주목한다. 정적인 환경(예를 들어 인쇄 광고, 매장 진열) 속에서도 움직임의 표현은 뇌의 관심을 이끄는 데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새로운 것에 주목하고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두드러져 보이는’ 포장 디자인이나 색상 하이라이트를 활용해 제품에 관심을 끌게 하면 소비자의 무의식에 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실수’와 관련한 요소를 마케팅에 주입함으로써 뇌의 주목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 가령, 작은 개의 머리를 하고 있는 조그만 새의 몸을 보여주는 인쇄 광고물을 상상해 보자. 뇌는 이러한 생명체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시각적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광고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모호성에 대한 설명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세기 동안 모나리자는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인간이 모나리자에 매료되는 근본적 원인은 뇌가 ‘덜 분명한 것’에 호기심을 갖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나리자의 모호한 표현 뒤에 있는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는 실제로 뇌가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퍼즐이다. 이를 마케팅에 응용하면 상품의 포장과 광고에서 미소 짓는 모델 대신 중립적이고 모호한 표정을 짓는 모델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A K 프라딥 닐슨 뉴로포커스 CEO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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