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변화무쌍한 세계…팀 끊임없이 만들고 해체하라

세계적 조직행동 大家 에이미 에드먼슨 美 하버드대 교수
2010년 칠레 광산붕괴 보라…기존 팀워크에 의존했다면 광부 전원구조 못했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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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몬스 침대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수수께끼 같았다. 1990년대 극심한 부진에서 회사를 구한 시몬스의 탁월한 팀워크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실 변한 것도 없었다. 1990년대에 조직 개편을 단행해 신설한 3개의 팀, 즉 조직의 비효율을 줄이는 팀, 판매를 신장시키는 팀, 딜러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팀은 여전히 각자 뛰어난 팀워크를 자랑하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들 팀이 왕년에 달성했던 2100만달러의 영업비용 축소, 날개를 단 판매 실적, 높아진 딜러들의 만족도 등은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3개 팀은 그대로인데 그 위력은 점점 축소된 것이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에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좋은 팀들`을 보유한 시몬스 침대는 왜 다시금 경쟁업체에 밀리는 상황을 맞이했을까.

시몬스 침대는 명확한 목표와 과제를 갖고 이에 매진하는 팀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1990년대의 침체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위기 타개의 원동력이 된 `최고의 팀 전략`이 2000년대 이후엔 오히려 독이 됐다. 세계적인 조직 행동ㆍ리더십 전문가인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몬스 침대를 일어서게 한 것도, 다시 비틀거리게 한 것도 모두 `팀워크`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일까.

이에 대해 에드먼슨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시몬스 침대의 `좋은 팀 전략`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통했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고객의 욕구,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의 동시다발적 발생이라는 현재 상황 속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신 그는 “시몬스 침대는 시대 변화에 따라 팀도 바꿨어야 했다. 기존 팀을 해체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에 어울리는 효율적 `팀 구성(Teaming)`을 통해 협동성을 강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몬스 침대가 2000년대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기존 팀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글로벌 영업망 구축이 중요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몬스의 기존 팀은 위력을 잃었다. 이해관계의 상충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팀끼리 마찰은 심해졌고, 이는 결국 경쟁자들에게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에드먼슨 교수는 “과거에는 팀워크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시시각각으로 변화에 걸맞게 팀 구성을 할 때”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팀 구성의 핵심은 팀을 고정시키지 않고 상황에 맞춰 언제든지 바꾸면서도 협동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누구와도 협조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분야와 부서를 넘나든다. 그것도 시시각각 매번 다르게.

과거 직무에 따라 팀을 나눠 그 테두리 안에서만 일하게 하거나 소위 `만능팀` 하나를 두고 그 팀에 모든 과제를 부여하는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른 팀과 일하려면 협조전을 보내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도 모두 과거에 생각하던 폐쇄적 `팀워크`의 산물이라는 것이 에드먼슨 교수의 주장이다.

에드먼슨 교수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가 협업의 핵심이며, 그 목표가 달성되면 팀은 해체되고, 다른 목표가 세워지면 그에 걸맞은 새로운 팀이 출범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제시했다. 다음은 에드먼슨 교수와의 일문일답.

-기존 팀워크를 부정하고 즉흥적 팀 구성이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조직은 지나치게 팀에 의존해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직장 내 팀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 역동적이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오늘날의 조직에선 지나치게 특정 팀과 팀워크에 기대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닥칠 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때, 이미 `존재하고` 있는 팀은 취약점을 드러낸다. 같이 일하는 사람 간에 좋은 무드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폐쇄적이고 고정적인 기존의 팀워크가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대안으로 팀 구성과 이에 따른 협동성 강화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Teamwork on the fly(즉석에서 나오는 팀워크)`라고 정의한다.

-이미 기업이나 브랜드 간 `협업(Collaboration)`은 일상적인 것이 됐다. 좋은 팀 구성을 통한 협동성 강화와는 어떻게 다른가.

▶기업이나 브랜드 간 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팀 단위의 작은 조직 간에도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즉각적인 협동성이 발휘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기존처럼 리더가 신중하게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고르고 `안정적인 팀`으로 유지하는 방식은 앞으로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팀은 수시로 계속해서 바뀔 것이고, 팀워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팀원들은 계속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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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팀 구성을 통해 협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다면.

▶나는 좋은 팀 구성을 위한 5단계를 제시한다. △목표를 높게 잡고(Aim High) △팀을 구성하고(Team Up) △잘 실패하고(Fail Well) △빠르게 대처하고(Learn Fast) △반복하라(Repeat)는 5단계다. 내가 수많은 조직을 연구하고 관찰해오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좋은 팀 구성을 위한 5단계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잡아야 동기부여가 돼 더 높은 수준으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리더 한 명이 이 같은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만한 능력이나 기술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팀 구성`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높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리더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메울 수 있고, 빠뜨린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팀을 구성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잘 실패하는’ 것이다. 실패를 했을 때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고, 이를 팀과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음번엔 뻔히 예측되는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또 몇 번 더 실패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실패를 하더라도 실험적 시도를 위한 발판이 됐다면 잘 실패하는 것이다. 기업의 혁신은 보통 이런 실패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얻을 수 있는데 나는 이 배움을 최대한 `빠르게` 얻으라고 조언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면 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려면 이 모든 배움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비즈니스 사이클은 결코 멈추지 않기에 이 과정을 수백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

-5단계를 잘 따라 좋은 팀을 구성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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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칠레 광산이 붕괴됐을 때 구조 작업은 유명한 사례다. 기존에 강조되던 팀워크가 아닌 `즉각적 팀 구성과 협동성`을 최대한 발휘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칠레 광산 붕괴는 전무후무한 사고였으며 벤치마킹할 만한 참고 사례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광업부 장관이었던 라우렌세 골보르네는 이 같은 사태가 자신 앞에 놓이자 광부 33명의 `전원 구조`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팀을 빠르게 구성했다. 자신과 기존에 함께 일하던 사람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상황에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방식으로 즉석에서 팀을 꾸렸다는 뜻이다. (팀은 구조를 위해 드릴로 구멍만 뚫는 팀, 구출 방법과 전략을 짜는 팀, 광부들이 구조된 후 이들의 생명을 유지시킬 팀, 광부들의 가족문제만을 담당하는 팀 등으로 나뉘었다.) 명확한 목표를 갖고 최적화된 팀을 꾸린 골보르네의 팀도 중간중간 시행착오도 겪었고, 위기의 순간도 맞이했지만 이를 빠르게 분석해 방해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전원 구조의 목표를 달성했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칠레 광산사태와 같은 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팀의 팀워크를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적합한 최고의 팀을 즉각적으로 구성해 협동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기존의 팀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것이다.

-좋은 팀 구성은 언제나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의 팀 구성을 비판해왔는데.

▶사람들은 팀 구성을 `나누는(Divide)` 과정으로, 팀은 리더가 `지배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각기 다른 분야의, 동등한 위치의 전문가들과 함께 서로 생각과 통찰을 `공유하는(Share)` 것이야말로 팀 구성이다. 그러니 기존처럼 직무에 따라 재무팀 마케팅팀 영업팀 등으로 팀을 구성하고 방치하는 시도는 무기력하다. 팀끼리 생각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 구성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각 구성원이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모두가 아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과제 수행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전 구성원이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팀 구성이 잘 된 것이다. 그 팀은 성공할 것이다. 특히 장애물 부분이 더욱 그렇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장애물을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있고, 내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나의 능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장애물을 다른 사람의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있어서 속도감을 강조했는데, 사실 리더와 폴로어의 바람직한 관계는 빠르게 형성되기 어렵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닌가.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언가를 설명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묻고,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언을 하나 한다면 에드 셰인 박사의 `겸손한 요청(Humble Inquiry)`을 들고 싶다. 한번도 접하지 못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즉각적이고 직선적으로 `요청(Inquiry)`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빠르다. 하지만 그 방식이 `겸손(Humble)`하지 않으면 안된다. 리더에겐 시간이 없기 때문에 대놓고 `요청`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를 `겸손한` 방식으로 한다면 팀원들을 존중하고 팀을 아낀다는 인상을 주면서 시간도 아낄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황당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리더는 이 방식을 체득해야 한다.

■ `좋은 팀 구성 표본` 베이징 워터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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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 `워터큐브` [매경DB]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빛낸 주역이었던 워터큐브(베이징국제수영장)는 중국이 올림픽을 치를 만한 인프라스트럭처와 사회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의심했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최소 `인프라` 측면에선 중국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다. 거대한 물방울을 형상화한 이 수영장은 디자인과 에너지 효율성 측면 모두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교수는 워터큐브에 대해 `즉각적인 팀 구성과 협동성 강화`가 낳은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중국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코닉한 경기장을 만들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명확한 목표 아래 전 세계의 브레인을 모아 최고의 팀을 구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애럽(Arup)의 트리스트럼 칼프레이가 총괄한 이 프로젝트엔 초반에만 20여 개 분야 200명이 넘는 전문가가 모였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지거나 막히는 대목이 있으면 또 다른 전문가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였다. 이들의 국적은 다양했으며 전문 분야, 소속돼 있던 조직, 문화 등이 모두 달랐다. 마찰이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역사상 기억될 만한 경기장을 지었다.

2003년 휴대폰시장을 강타한 모토롤라의 레이저(RAZR) 역시 좋은 팀 구성을 통한 즉각적인 협업체제 구축의 결과물이다. 개발 총괄이었던 로저 젤리코는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20명의 사내 엔지니어 외에도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샅샅이 뒤졌다. 이들을 한데 모아 치열한 1년의 개발기간을 거친 후 나온 레이저폰은 2004년 출시 후 4년간 1억1000만대나 팔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에드먼슨 교수는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사전에 정해진 사람들로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필요하다면 기존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그 어떤 외부의 전문가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상시에도 다양한 국적과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설정해 놓고 이들과 어떻게 협업을 해나갈지, 어떻게 하면 문제에 대해 빠르게 배우고 대처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만큼 다른 분야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21세기 성공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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