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이란… 구경꾼을 고객으로 바꿔주는 심리품 !! – 패션채널

오래전 일이었다. 백화점을 거니는데 패션 대기업에서 전개하는 중고가 브랜드에서 사은품인 머그컵을 매장 입구에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30만원이상이면 브랜드 로고가 박힌 머그컵을 드립니다”

 

머그컵을 본 순간 사은품 선택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3pcs에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옷을 구매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고객이라면 굳이 30만원을 채워 하얀 바탕에 브랜드 로고가 적힌 3천원짜리 머그컵을 가지려고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 1층에는 화려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어느 브랜드 할 것 없이 그들은 항상 사은품을 준비하고 필요도 없는 화장품을 사라며 구경꾼들을 고객으로 바꾸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나도 그들의 상술에 현혹되어 10만원 어치만 사도 되는데 15만원 이상이면 사은품을 준다 길래 가격을 맞추려고 지갑을 연 적도 있다. 그들은 메인 상품인 화장품보다 더 좋은 고객 동선에 디스플레이를 해서 지나가는 구경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은품을 드릴 테니 메인 상품을 사세요!!!” 물론 메인 상품 가격에 이미 사은품 가격이 녹아있겠지만 고객들은 공짜로 주는 것에 현혹된다. 결국 고객들이 사은품을 구매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누구도 그것을 구매한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번은 우리회사 영업팀에서 라면박스를 A 유통 점포에서 단체로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일정 고객에게 라면 1박스를 증정해서 매출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우리 브랜드는 인 숍 (IN SHOP-대형 유통 상가 안에서 영업하는 형태)의 매장에서 판매를 하는 형태이므로 대형 유통에서 하는 마케팅에는 거의 동참하는 편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오는 마트 같은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오는 점포에서 라면박스를 준다면 오히려 들고 갈 때 번거롭거나 창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격이 뻔한 생필품은 저렴한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점포 자체의 격을 높이는 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리 좋은 사은품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회원 가입 하시겠어요?

나의 개인 정보를 그들에게 주고 그 브랜드의 회원이 된다. 생일이 되면 수십 통의 생일 축하 문자를 받는데 기계적인 생일 문자들이 십 여분 간격으로 쏟아지게 된다. 그들은 일년에 한번 나에게 생일 문자를 보내지만 나는 수십 통의 기계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단지 축하한다는 글이 대부분이고 몇몇 브랜드들은 생일 전후 몇 일 동안 방문하면 가격 할인을 해 준다는 것이다.

 

가격 할인은 물건을 사야만 해주는 것이라 속보이는 마케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장에 방문하면 눈에 보이는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나서 구매를 할 때 세일까지도 해준다는 문자라면‘나에게만 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텐데 말이다. 고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 가격을 깎아주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가지려고 하기에 선물 즉, 사은품은 또 다른 영역의 카테고리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 세일 기간이나 특별한 때에는 백화점 자체에서 근사한 사은품을 준비한다. 예전엔 백화점 사은품이 집에 뻔히 있는 물건들이었지만 지금은 고객을 혹하게 만드는 멋진 제품들이 많아졌다. 가지고 싶었던 것에 앞서 기존에 없던 제품을 아예 만들어 버리는 그런 독특한 사은품들이 많아진다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구매를 자극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현재 7만원 구매하셨는데 3만원만 더 구매하면 백화점에서 ○○ 사은품을 준답니다.”사은품이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심리품’이기 때문이다.

업체에서 사은품을 선택할 때는 고객들이 돈 주고 사기엔 아깝지만 있으면 좋은 물품이어야만 한다. 우리는 1년에 4종류의 새로운 사은품을 출시하며 7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증정하고 있다. 왜 7만원일까? 10만원이어도 되는데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고객으로 만들려면 비싸다는 이미지를 주면 안되기에 10만원 미만으로 했다. 또한 8만원도 있는데 왜 7만원으로 했을까? 어차피 우리 옷의 구매 조합을 보면 8~9만원 사이가 되기에 7만원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고객의 구미를 끌기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본사 기획팀 직원들에게 어떤 사은품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는다. 그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것들을 쏟아내곤 한다. 향수향초, 운전할 때 싣는 슬리퍼, 얼굴 수분 팩, 선글라스, 찜질방용 가방 등을 말이다.

 

최종 선택이 되면 그 의견은 중국 지사로 전달되어 사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수배한다. 사은품의 디자인과 컬러선택은 나의 몫이다. 그것은 메인 상품을 팔아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수석 디자이너인 내가 직접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 방식은 업체마다 다를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메인 상품은 돈 주고 사는 것이지만 사은품은 메인 상품을 팔아주는 판매직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은품이 매장에 도착한 1주일 뒤에는 본사에서 매장을 대상으로 사은품 호응도 앙케이트 조사를 한다. 우리의 1차 고객인 매장의 판매직원들의 사은품의 대한 의견은 다음 번에 비슷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사은품은 해피 마케팅

대부분의 여자들은 당장 필요가 없으면서도 집에 쌓아둘지언정 얻어오려고 한다. 유통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일지 모르지만 유통의 90% 바이어는 여자들일 것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90%는 여자의 의견이 들어가기에 여성의 심리로 빙의되지 않는다면 수박 겉핥기로 사은품은 사은품대로 돈을 지불하고 메인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은품이란 구경꾼을 내 고객으로 만드는 ‘해피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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